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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추억 날리기 좋은 계절

by 푸른비(박준규) 2021. 3. 16.

- 추억 날리기 좋은 계절

 

 

굽이굽이 돌아가야 하는 초행길을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가겠다는 건

지금껏 살아온 삶의 흔적에

또 한 번의 상처를 내는 일인지도 몰라.

빨리 가고 싶다 해도

알 수 없는 미지의 곳으로

훌쩍 가버리고 싶다 해도

 

그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짙어지는 생각 하나

사람은 어디론가 떠날 때는

머물렀던 자리와

그 자리에 벗어 놓은 내 허물들은

깨끗이 치우고 가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인지도 몰라.

 

내가 머물렀던 자리

언젠가

나보다 더 날 좋아해 줬던 이들과의 추억

이는 바람에 훌훌 날려 버리고

마치 누구도 머물지 않았던 곳처럼

말끔히 치워 놓고 떠나는 것이

그들을 위한 나의 마지막 선물인지도 몰라.

 

3월, 추억 날리기 좋은 계절에···

 

 

If We Make It Through December / Phoebe Brid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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