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빗소리
언제부터인가
가을비 내리는 소리를 잊게 됐다.
그전까지 가을비 내리는 소리가
다른 계절 빗소리와 차이가 났으나
언제부터인가
내가 기억하던 가을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계절마다 빗소리에는
그 계절에 맞는 온도와 비 내음이 배어 있지만
내 기억 속의 가을 빗소리에는
유독 특유한 소리와 비 내음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기억하던 가을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가을의 부재일까? 내 기억의 상실일까?
그런데 잊힌 그 가을 빗소리는
내게 좋은 소리였을까? 나쁜 소리였을까?
좋은 소리였다면
꿈에서라도 듣고 싶겠지만
나쁜 소리였다면
어쩌면 잊히길 잘된 게 아닐까.
늦여름 지나자마자 찾아온 늦가을 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잊힌 내 가을 빗소리를
애써 기억해보려다가
문득
나쁜 기억의 소리로 쏟아져 내릴까 두려워
도리질하며 내 가을 빗소리의 기억을 지워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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