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가을을 훔쳐 간 귀뚜리

by 푸른비(박준규) 2021. 10. 27.

- 가을을 훔쳐 간 귀뚜리

 

 

몇 해 전부터일까?

가을이 와도 귀뚜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여름이 길어진 탓일까?

흔히 말하는 이상 기후 탓일까.

밤부터 새벽까지

발코니 어느 시멘트 틈에서

겨울을 부르던 귀뚜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로 인해 더욱 적막해진 가을밤

철모르는 나이 든 고양이 한 마리와

데면데면 눈 맞춤 하다가

서로 등 돌리고 잠을 청해 보다가

손톱만 한 생명체의 부재에

가을을 통째로 잃은 듯하여

억울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몇 해 전부터일까?

밤부터 새벽까지

발코니 시멘트 틈에서 겨울을 부르던

귀뚜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 손톱만 한 생명체는

나와 내 고양이에게서

가을을 훔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고양이 연가 #01  (0) 2021.11.08
(詩) 터럭만큼의 행복 주는 삶의 끈  (0) 2021.10.29
(詩) 가을 빗소리  (0) 2021.10.25
(詩) 그립다가도  (0) 2021.10.21
(詩) 가을 간이역  (0) 2021.10.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