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연가 #01
나에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지.
온몸은 하얗고
머리와 꼬리만 검은색 고양이.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었을까?
8년 동안 나의 넋을 모두 빼놓고
시름 한 지 사흘 만에
화려하지도 않은 무지개다리를
훌쩍 건너간 야속한 나의 고양이.
떠나고 생각하니
그런 고양이는 없었다.
순하고 순한 외모와 속 깊었던 고양이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하지만 아픈 내색조차 하지 않고
내 무릎 위를 좋아하던 고양이
따뜻한 솜뭉치 같았던 나의 고양이
생각할수록 아파 잊고 지내야 할 고양이.
나에겐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지.
온몸은 하얗고
머리와 꼬리만 까맣던 고양이.
세상에서 가장 온순한 얼굴로
나에게만 안기던
속 깊고
따뜻한 솜뭉치 같던
“까옹”이라는 천사 고양이.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
평생 마음 아프게 살게 되었지만
함께 했던 기억 만으로도
행복을 주는
내 삻의 버팀목이었던
온몸은 하얗고
머리와 꼬리만 까맣던 나의 고양이.
.....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비수(匕首) 장맛비 (0) | 2022.07.07 |
---|---|
(詩) 4월의 비 (0) | 2022.04.01 |
(詩) 터럭만큼의 행복 주는 삶의 끈 (0) | 2021.10.29 |
(詩) 가을을 훔쳐 간 귀뚜리 (0) | 2021.10.27 |
(詩) 가을 빗소리 (0) | 2021.10.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