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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미련경보

by 푸른비(박준규) 2005. 12. 18.
 

- 미련경보



  해마다 이맘 때 쯤 이면

  내 안에서는 삭히지 못할 기억들이

  일제히 고개 들어 반란을 일으키고

  나는 그 반란에 대응할 수 없어

  동면(冬眠)을 취하고 싶었지만

  그건 매번 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길고 긴 겨울이 다 갈 동안

  수시로 찾아드는 사소한 기억들에서부터

  며칠 지다도 감당 못해

  가슴앓이 진하게 하게하는 기억들까지

  해마다 이맘 때 쯤 이면

  내 마음 속 기상(氣象)은 저기압이다


  오늘은 그 저기압 중 최악의 상태

  떠올려서는 안 될, 그리워해서도 안 될

  그렇다고 미워해서도 안 될

  바보 같던 당신이 생각나는 날이다

  미련 없다고 자신하며 한 해를 보냈는데

  그 맑은 눈빛은 바람 되어 돌아왔다


  내 경직된 몸 더욱 굳게 하는 칼바람으로

  온종일 내 몸 구석구석을 핥고 있으니

  이 기나긴 겨울 시작하기도 전에

  내 안엔 벌써

  당신을 향한 미련경보가 내려졌다

  해제일 조차 예측 못할 미련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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