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련경보
해마다 이맘 때 쯤 이면
내 안에서는 삭히지 못할 기억들이
일제히 고개 들어 반란을 일으키고
나는 그 반란에 대응할 수 없어
동면(冬眠)을 취하고 싶었지만
그건 매번 바람에 지나지 않았다
길고 긴 겨울이 다 갈 동안
수시로 찾아드는 사소한 기억들에서부터
며칠 지다도 감당 못해
가슴앓이 진하게 하게하는 기억들까지
해마다 이맘 때 쯤 이면
내 마음 속 기상(氣象)은 저기압이다
오늘은 그 저기압 중 최악의 상태
떠올려서는 안 될, 그리워해서도 안 될
그렇다고 미워해서도 안 될
바보 같던 당신이 생각나는 날이다
미련 없다고 자신하며 한 해를 보냈는데
그 맑은 눈빛은 바람 되어 돌아왔다
내 경직된 몸 더욱 굳게 하는 칼바람으로
온종일 내 몸 구석구석을 핥고 있으니
이 기나긴 겨울 시작하기도 전에
내 안엔 벌써
당신을 향한 미련경보가 내려졌다
해제일 조차 예측 못할 미련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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