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문화·예술

푸른비의 아침인사 #48 (순간적인 살인을 하다)

by 푸른비(박준규) 2006. 8. 11.

기분 좋은 하루 맞이하셨습니까?


08월 10일 새벽에 경기도 가평군에서 일어난 군인 탈영사건. 이 사건으로 전국이 잠시 시끄러웠던 반나절 동안 저는 상상으로 탈영한 군인을 살인해 버렸습니다.


티브이를 늦게 봐서 사건이 일어난 오전 11시경에서야 서둘러 취재를 나섰습니다. 뉴스에서는 분명 “가평일대가 대간첩침투작전 중 최고수준의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이 이병을 검거하기 위해 검문,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보도하였으나 직접 나가 본 가평읍내 거리는 평일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부대와 가까운 청평검문소에 이르러서야 검문이 이루어지고 있었지요.


검문소에서 사진 좀 찍고 사건이 일어난 부대로 이동하는 도중 청평면 현리 일대 유원지에 잠시 들려 피서객들과 유원지 관계자와 간단한 인터뷰를 마친 뒤 다시 부대를 찾아가던 중 현리 번화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 1시 뉴스를 차에서 듣는데 “탈영병이 가평 모 부대 뒷산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 되어 병원으로 후송 중이다”라는 보도를 접하고 도중 핸들을 돌려 집으로 돌아와 기사 작성을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발생.


뉴스 내용 중 “탈영병이 가평 모 부대 뒷산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 되어 병원으로 후송 중이다”라는 멘트를 “탈영병이 가평 모 부대 뒷산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어 있었다.”라고 순간 받아 들여 기사 작성을 그대로 하여 살아 있는 탈영병을 내 상상으로 살인해 기사화 해 버린 셈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큰 실수를 한 데는 어떤 변명도 필요 없을 테지만 나름 변명을 해야 할 것 같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사건이 있던 이 날은 매주 찾아뵙는 독거할머님 댁 방문일이고 해서 가평서 적어도 2시엔 출발해야 하는데 취재를 마치고 출발하는 시간이 현리서 1시경. 머릿속에선 “어서 가서 기사작성 하여 올리고 할머님 댁 가야할 텐데”라는 잡념이 가득한 상태에서 뉴스를 흘려듣다가 보도를 듣고도 엉뚱하게 받아 드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죽었다고 이해를 해버린 후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 커다란 오보를 게재하게 된 것 같습니다.


기사작성 중 인터넷에서 관련 속보만 읽고 기사를 작성했어도 이 같은 실수는 안 했을 텐데 분명 정신상태가 헤이해진 게 확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잘못된 기사 내용도

밤늦게 할머님 댁에서 돌아와 편한 마음으로 인터넷 관련 뉴스를 읽다가 탈영병 이 모 이병이 수술 후 의식불명에 빠져 있다는 기사를 읽고 부랴부랴 제 기사도 수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읽으신 후라 수정의 큰 의미는 없어 보였습니다.


무엇이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글은 그 중 또 기사란 것은 정말 신중하고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하여 작성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이번과 같이 글로 인해 산 사람을 순간적으로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 것이지요. 이렇듯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관심을 갖고 그에 맞게 행동해야 피해가 없을 것입니다. 급하게 처리한 일들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는 원리와 같은 문제겠지요.


오늘 아니 어제 저는 상상으로 인해 다쳐서 병원으로 후송 중인 한 탈영병을 살인해 버린 격이 되어 버렸습니다. 앞으로는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울여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이 생깁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제 글에 동의해 주셔서 모든 일에 보다 신중함을 갖고 처리하는 습관 가져 보셨으면 하는 바랍니다. 순간의 착각으로 한 사람을 죽였다 살린 저의 큰 실수를 본보기 삼으시길 또한 바라는 마음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