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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빈 자리

by 푸른비(박준규) 2004. 10. 22.

 - 빈 자리

 


  숨 막히듯 살아왔다. 뒤도 돌아보질 못할 만큼 바쁜 삶, 그로인해 잃어가는 것

한가롭게 헤아릴 시간조차 없이 살아왔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멈춰버린 시간.

그동안 헤아리지 못했던 잃어버린 것들의 빈자리는 어둠처럼 밀려오고

순간 홀로 논을 지키는 허수아비 마냥 나는 내 안 어딘가에 버려진 느낌이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그토록 바쁠 때에는 숨조차 쉬지 못할 만큼 바쁠 때에는

밤마다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걸 듯 말을 시키고 나를 찾는 시간이 주어지더니

어느 날부터 내 안에 갇힌 이후로 시간적 여유는 많아졌으나 정작 내 자신에게

말을 걸 시간이 나를  찾아 볼 시간이 주어지질 않는다. 애써 눈을 감고

온종일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해서 내 자신에게 반문을 하여도 묵묵부답

끝내 잠을 설쳐야 하는 날들의 연속일 뿐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고 말았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는 것, 어찌 보면 아주 속 편한 일일지 모른다.

사소한 일들 일일이 신경 쓸 일도 없고 밤마다 내 자신을 괴롭힐 일도 없고

주어진 일만 해결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가끔은 내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시간을 갖지 못하는 압박,

거기서 오는 괴로움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 정신없는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


  이러한 시간이 길어지고 홀로 방치되다 보면 끝내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최악의 경우 정신질환으로 까지 전위 되어 고통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다 다행이도 지금 나는 내 처지에 놓인 문제의 대하여 깊이 고심을 한다.

비록 내가 왜 나를 잃고 힘들어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그것으로 인해

내 삶의 일부분을 잃고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의외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지 모른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볼 때,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이다.

그 무엇이라는 것이 사람인지, 사물인지 그것도 아니면 자연의 일부인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보통 자기 자신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겐 공통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통계를 봐도 대인관계가 평범한 사람들이나

사회적으로 외면당하지 않은 사람들 또는 깊은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드물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고로 나 같은 사람은 위의 경우에서 제외된 사람이다. 즉 홀로 되길 좋아하고

때론 그것을 즐기려 하고 때론 자기세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허덕이는 삶...

이러한 삶을 살 때 간간히 자신을 잃고 더 힘들어할 때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건 무엇보다 예전처럼 원만한 대인관계 유지나 어떤 목표를 두고

그것을 이루어 얻는 성취감 같은 것을 많이 느끼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한 자리에 머무르게 하면 결코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내가 내 자신에게 질문해 무언가 답을 바라고 그것에 대해 답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 자신이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은 것으로부터 보고 듣고 느꼈다는 증거,

만일 답하지 못하고 시간만 축낸다는 것은 내 자신이 외부 와로부터 모든 걸

차단하고 살아간다는 의미다.


  해서 지금 내게 필요한건 타인들에게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용기이며

또 누군가 내게 한걸음 다가와 말 걸어 주는 작은 관심이 아닐까 싶다.

자기 안에 자기 자신을 가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엔 언제나 빈자리가 있다.

그 자리는 자기 자신이 아닌 이 세상 그 누군가 자기를 위해 귀기울여줄

단 한 사람의 자리일 수도 있고 자신을 위해 손 내밀어줄 사람들의 자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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