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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기절놀이

by 푸른비(박준규) 2004. 7. 6.
  ......................................................................2004.07.06

 

- 기절놀이



  모든 것이 급변하면서 참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생겨나는 것을 반복하며 우리가 알기도 전에 생겼다 사라지는 것들도 많다. 그중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선 하나의 놀이가 새로 생겨 점차 그 놀이를 즐기는 학생들이 늘어난다고 하여 문제가 된다. 학생들이 즐기는 놀이라 하면 그렇지 않아도 삭막해져 가는 현대 사회에서 놀이를 찾아 즐긴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 놀이에 대해 알고 나면 그 생각이 쉽게 뒤 바뀔 것이다. 문제의 이 놀이명은 바로 '기절놀이'라는 것이다. 이 놀이는 제주지역 한 중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놀이 방법을 살펴보면 엽기적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이 놀이는 목을 조르거나 가슴을 강하게 눌러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해 뇌에 산소공급을 차단해 저산소증으로 일시적으로 실신케 하는 것. 이 장난은 실신하기 직전 일종의 환각현상에 의해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라 한다. 실제로 이 놀이를 하다 한 학생은 실신하여 깨어나지 못해 수업도중 병원으로 실려 간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머리를 다치거나 이가 부러지는 등 사고가 빈번하다고 우려의 소리가 높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성인이 된 우리도 살다보면 '죽고 싶다'라는 말을 쉽게 내뱉으면서도 막상 쉽게 죽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어찌 중학생들이 그런 아찔한 놀이를 즐기는 것일까? 물론 그들은 죽음이라는 것보다 기절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쉽게 그런 행위를 하지만, 그러나 그 기절하는 순간 느껴지는 환각으로 인한 쾌감을 느낀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문제는 그 어린 나이에 그런 놀이를 하고 성장하여 사회생활을 하다가 어떤 길로 빠져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데 있지 않은가?


  이 아픈 현실을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삼천포로 빠져 상상을 해본다. 그 놀이가 재미있을까? 기절 아니, 죽는 순간이 과연 어떨까 정말 환각이 빠진 듯 쾌감이 올 것인가 하는 상상.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이런 경험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 공부도 곧 잘하고 부모가 모두 교육자이던 남부러울 것 없던 친구. 그날은 방가 후 운동장 철봉 앞에서 철봉을 하려는데 그 친구가 오더니 갑자기 내가 밉다고 목을 조르기 시작을 했다. 얼마 후 내 얼굴이 창백해지자 겁먹었는지 놓고 도망쳐 버렸는데 순간 나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2-3분 쯤 철봉 아래 앉아 괴로워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친구의 그러한 행동의 이유에 대해선 지금도 모르며 가끔 봐도 우린 남이다. 모른척한다. 여하튼 그런 경험이 있어 기절놀이에서 온다는 쾌감엔 공감할 수 없으며 그런 놀이를 즐긴다는 학생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 적어도 내 상식에선 기절 직전엔 쾌감은 없었다. 정말 무섭고 두려운 고통뿐.


  기절놀이를 한다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 영혼의 메마름을 느낀다.

 

 

......................................................................2004.07.06 am 05:3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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