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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사는이야기

내 병을 알기 위해 찾아간 카페

by 푸른비(박준규) 2007. 12. 27.

부제: 희망보다는 내 스스로 위안을 위해

 

 

조금 전 뇌병변 아동을 둔 부모들의 모임에 가입을 했다. 이 모임은 장애아동을 키우면서 필요한 갖가지 정보를 고유하는 데 목적이 있는 카페로 주로 젊은 부모 층이 모여 있는 모임인 듯했다. 어쩌면 그 부모들 평균 나이가 내 또래일지도 모른 생각이 잠시 스친다.

 

내 병을 알기 위해 눈을 뜨다

 

난 내 병이 정확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지체장애인이라는 진단을 처음 보건소에서 의사의 눈대중으로 대충 3급 판정을 받았고 2002년 겨울 자동차 구입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 받기 위해 찾아간 동네 의원에서 역시나 의사의 눈대중과 그나마 다행인 장애등급 판정하는 책자를 기준하여 뇌병변 2급 판정을 다시 받아 지금껏 살고 있다.

 

그래서 정확한 병명과 등급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태어날 때까지도 비장애인이었지만 태아가 너무 크고 어머니께서 난산을 하셔서 의사가 강제로 태아를 꺼내는 과정에서 신경계에 손상이 돼 장애를 얻게 되었다는 게 어머니와 가족들의 주장이다. 당시만 해도 의료사고 보상이란 거의 없던 시절이라 환자만 억울한 여건이었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제왕절개술을 하고 싶다고 했으나 당시 그 의사는 자연분만으로 가능하니 그냥 시도해 보라고 설득 아닌 설득을 시켜 분만을 시도하다가 나를 이렇게 만들고 바로 일본으로 가버렸다고 하셨는데 어린 나로선 확인할 방법도 없는 것이었고, 이렇게 나는 제왕절개 수술만 했어도 비장애인이 되었을 조금은 억울한 인생이다. 그 후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통한 치료를 받은 적 없이 그대로 성장을 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형과 둘이 지내다 시피 하다가 고등학교 졸업 무렵부터 지금껏 혼자 생활을 하고 있으니 내 병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 기회는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 좀 여유가 생겨서 일까? 아니면 더 이상 내 병에 대한 궁금증이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몇 년 전부터는 장애인관련 카페나 동호회 가입도 하고 나름 활동을 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거의 술 마시고 친목 위주의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 같아 그곳들을 탈퇴를 하거나 활동중지 상태에 있다.

 

이런 와중에 오늘 처음부터 하자는 의미로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모임을 용기 내어 가입해봤다. 허나 그곳의 가입조건은 장애아 부모여야 한다는 것. 이 푸른비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과감히 내 자신을 밝히고 가입신청 란에 글을 올려놓고 나와 이 글을 쓰는 중이다. 가입이 된다면 거의 조카나 자식뻘 되는 아이들에게 용기 아닌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고 그 카페를 통해 내 병에 대해서도 지금보다는 조금은 더 아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 본다. 어찌 보면 내 스스로에게 위안을 얻으려는 비겁한 수단이겠지만 말이다. 때늦게 내 병에 눈을 뜨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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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준규  

푸른비전하는 세상사는 이야기  

 E-Mail : poems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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