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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거기에

by 푸른비(박준규) 2008. 1. 30.

- 거기에

 

 

거기 꽃이 있다

손을 뻗어 잡을 순 없지만

몇 발짝 다가서면 잡을 수 있는 거기에

 

거기 물이 있다

꽃 옆에 물이 있다

시들기 전 한 바가지 떠주면 좋은 위치에

 

거기 사랑이 있다

해맑게 웃는 이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그 꿈결 같은 사랑이 거기에 있다

 

허나

꽃은 말라 죽고

사랑하는 사람은 기다리다 떠나고

 

지금 거기엔

황량한 모래 바람과

숱한 이별이 남긴 눈물만 질퍽하다

 

그리고 나는 변함없이

앉은뱅이 잡초로 거기를 바라보는

목짧은 해바라기로 여기에 있다

 

몇 발짝만

꽃과 물과 그 사람이 떨어져 있지 않았어도

나는 잎이 무성한 야생화로 자랐을 지도

 

거기에 꽃이

거기에 물이

거기에 사랑이

 

지금 여기엔 아쉬움으로 물든 그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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