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문화·예술

푸른비의 아침인사 #60

by 푸른비(박준규) 2008. 3. 27.

- 푸른비의 아침인사 #60

 

 

아직 아침저녁으로 싸늘하긴 하지만 봄은 봄인 것 같습니다. 목련꽃망울도 제법 물이 올랐고 들녘에는 파릇파릇 어린 쑥도 고개를 내미는 것을 보니 말이지요. 더불어 이번 겨울과 봄의 간격이 어느 해보다 긴 듯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일주일은 삼일, 한 달은 보름도 안 걸리는 것처럼 정신없게 가고 있지만 이번 환절기는 아이러니할 만큼이나 길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보니 블로그에 제대로 된 포스팅을 한지도 벌써 한 달이 흘러버렸네요.

 

이 글을 읽고 계신님들은 이럴 때 어떤 방법으로 제자리를 찾으시는지요? 즉, 자신도 모르게 일상을 잊을 정도로 머리와 마음이 비어버리면 어떤 방법으로 추스르시는지요? 보통 이런 경우를 두고 슬럼프에 빠진다고 표현을 하는 걸까요? 꼭 슬럼프라고 까지는 아니어도 분명 예전의 푸른비가 아닌 듯한 걸 느끼고 있으니 문제는 확실히 있는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를 모르니 더 큰 문제 같습니다. 얼마 전엔 호되게 병 앓이를 했는데 혹 그것 때문이지. 그 후, 사방에선 봄이 온다고들 좋아라하는데 그때부터 제 마음은 흐름을 멎고 이렇듯 외도를 하는 듯합니다.

 

사람은 적응에 능한 동물이라고도 합니다. 말 그대로 어느 환경이나 금방 적응을 할 줄 안다는 의미일 텐데요. 가끔은 이런 장점도 단점이 될 수 있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지요. 살면서 만드는 주기(週期)적 환경을 머리와 몸에 담고 살다가도 즉, 적응해 살다가도 하루나 이틀 또는 며칠 휴식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다보면 그 새 그전에 적응했던 것들이 새롭게 때론 낯설게 까지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곧 근래의 환경에 적응돼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런 현상은 다행이도 하루 이틀이면 다시 극복이 가능합니다. 허나 저처럼 거의 한 달 째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면 정말 문제일 듯합니다.

 

해서 적응을 하며 산다는 것이 장점도 있지만 한쪽으로만 치우쳐 적응을 하고 헤어나지 못하면 차라리 매사에 적응을 덜 하며 사는 것도 좋지 않을 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이 새벽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적응하는 삶 자체가 문제이기 보다는 그 적응에 안주(安住)해 버리려는 게으름뱅이(idler) 기질적인 성격이 짙다면 그게 진짜 문제겠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후자에 속하는 건 아닐지 자성을 해볼 문제 같네요.

 

어디서든 주어진 환경에 맞게 빨리빨리 적응하며 사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이지, 이렇게 한쪽에 너무 적응돼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적응을 안 하니만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군요. 그 한 예로 저를 본보기 삼아 여러 님들은 부디 적응하는 주기를 잘 조절하셔서 다가오는 봄처럼 활기차게 사시길 바랍니다. 저도 이 아침편지를 띄움과 동시에 다시 전에 생활하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힘찬 하루 보내시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