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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단상) 미로

by 푸른비(박준규) 2008. 7. 23.

- 미로

 

 

까마득한 길이다. 툭 하고 낯선 동네에 내던져진 아이마냥 모든 것이 새롭고 때론 두려운 생각조차 하기 싫은 까마득한 내 삶의 길이다. 언제부터였을까? 한치 앞도 알 수없는 게 삶이라 하지만 어두운 밤 고장 난 라이트 달린 자동차로 낮선 길을 운전하는 것만 같은 요즘은 그 말도 익숙지 않을 정도다.

 

어릴 적부터 새가 되고 싶었다.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사람보단 차라리 멀리 내다보는 새가 낫겠다는 생각에 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것도 나의 철없던 생각. 자유와 이상을 상징케 했던 새도 작은 새장에 갇히면 그만이란 것을 이제야 알았다. 때문에 이 세상에는 진정 자유를 상징하는 것은 더 이상 없다.

 

특히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유를 놓아버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자유를 얼마나 빨리 놓아버리느냐에 순으로 이 세상은 그를 사람으로 인정하며 그 역시 세상에 구속됨에 안주하며 자신이 사람이라는 사실에 뿌듯해 한다. 이렇게 되면서 삶의 미로 같은 길을 헤매는 생(生)들이 늘어나고 일부 적응 못한 부류는 다른 세상을 찾게 되고.

 

그러나 미로라는 것은 지면(地面)에서나 막막하고 알 수 없는 길이지, 조금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충분히 찾아나갈 수 있는 길이다. 오히려 빠른 길까지 볼 수도 있는. 하지만 우리의 삶이 대부분 지면에 발을 딛고 살아가기에 미로를 만나면 당황하게 된다. 사람보다 하찮은 새들이 보기엔 전혀 어렵지 않은 미로 앞에서.

 

이러한 것을 알면서도 나는 미로에 빠져 있다. 내가 그토록 되고 팠던 새들에겐 아무 것도 아닌 길목에서 갈팡질팡 헛걸음질 하고 있다. 이것이 사람도 아닌 동물도 아닌 잘나지 못한 생명들이 거쳐야 하는 경유지이듯이. 툭 하고 낯선 동네에 내던져진 아이마냥 모든 것이 새롭고 때론 두려운 생각조차 하기 싫은 까마득한 내 삶의 길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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