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를 잃다
그대는 가을을 닮았네.
헝클어진 머리와 소탈한 웃음과
착한 눈빛의 그대는
구월 초 바스락되는 가을을 닮았었네.
그대는 들풀을 닮았네.
고운 얼굴로도 모든 역경 이겨내고
한때 겁 없이 내게 머물려 했던 그대는
후미진 풀숲 들풀을 닮았었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대를 바라보던 나는
그대를 휘청 이게 했던 바람을 닮았었네.
헝클어진 머리에 소탈한 웃음
송아지처럼 착한 눈으로
겁 없이 내게 머물려 했던 그대를
무참히 쓰러뜨린
나는 모진 바람이었네.
그후
그대를 잃었네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잔정이 많은 사람이 그립다 (0) | 2008.09.16 |
---|---|
(詩) 새들을 거짓을 표현하지 않는다 (0) | 2008.09.15 |
(詩) 철든 사랑법 (0) | 2008.09.12 |
(詩) 솔직한 빛 (0) | 2008.08.30 |
(詩) 이별 뒤에 남는 것 (0) | 2008.08.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