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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그대를 잃다

by 푸른비(박준규) 2008. 9. 13.

- 그대를 잃다

 

 

그대는 가을을 닮았네.

헝클어진 머리와 소탈한 웃음과

착한 눈빛의 그대는

구월 초 바스락되는 가을을 닮았었네.

 

그대는 들풀을 닮았네.

고운 얼굴로도 모든 역경 이겨내고

한때 겁 없이 내게 머물려 했던 그대는

후미진 풀숲 들풀을 닮았었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보니

그대를 바라보던 나는

그대를 휘청 이게 했던 바람을 닮았었네.

 

헝클어진 머리에 소탈한 웃음

송아지처럼 착한 눈으로

겁 없이 내게 머물려 했던 그대를

무참히 쓰러뜨린

나는 모진 바람이었네.

 

그후

그대를 잃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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