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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가을기차역 잠자리

by 푸른비(박준규) 2011. 9. 1.

- 가을기차역 잠자리

 

 

가을이 올 무렵 시골 기차역은

가을볕만큼이나 한가롭다.

여름 내내 피 끓는 청춘들이 모여든 플랫홈

달아올랐던 그곳도 잠시 열을 식혀야 하니

가을이 올 무렵 시골 기차역은

가을볕만큼이나 한가롭다.

 

하지만 그 한가로운 풍경을 깨는 존재 하나.

기차가 지나며 일으키는 세찬바람과

푹푹 찌는 열기에 잠시 날아올랐다가

흔들리는 들풀에 불안하게 다시 내려앉는 생(生)

잠자리는 그렇게

한가로운 기차역을 지키며 가을을 보낸다.

 

가을이 차츰 물들 때 쯤

도시로 간 사람들이 고향을 찾을 때 쯤

저, 기차역 잠자리는 어디로 잠시 숨었다가

그들이 돌아간 후 다시 날아와

남아 있는 가을 기차역을 지켜주겠지.

기차가 일으키는 바람과 종일 숨바꼭질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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