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한부 그리움
새벽 가로등불빛 아래서
세 마리의 나방이 춤을 춘다.
한 낮에 열기, 9월 바람에 식은 새벽
제 계절 빼앗겨 놀란 나방 세 마리가
마지막 몸짓으로 춤을 춘다.
아침이면
가로등 언저리 곳곳에 흩어져
한 마리는 배를 뒤집고
한 마리는 엎드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기술 좋게 모로 누워 죽어 있을 테지만
이 새벽
아무도 없는 골목 가로등불빛 아래서
저 세 마리의 나방은 춤을 춘다.
그리고
그 현란한 나방들의 춤사위 뒤로 번지는
곱디고운 나방가루 같은 미련들.
이 새벽
저 나방 세 마리는
이 계절에 추는 마지막 춤으로
잊고 있던 내 그리움들을 깨워주고 있다.
아침이면
제 주검 옆에 떨어져 뒹굴다 흩어져 버릴
나의 시한부 같은 그리움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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