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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자연 전구(Natural Bulb)

by 푸른비(박준규) 2011. 9. 6.

- 자연 전구(Natural Bulb)

 

 

나는 어릴 적부터 별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밤하늘에 낡은 전구들을 켜 놓은 것이라 생각했다.

흐린 별들은 수명이 다된 전구라 생각했고

유난히 반짝 거리는 별은

새로 사다 끼운 전구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내 상상 속에 있는 별들에는 생명체가 없다.

수명이 다 돼 깜빡깜빡 하는 별에

생명들이 있다고 상상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래서 나는 내 상상 속에 별들을 좋아한다.

밤이면 자연적으로 켜져 반짝거리는 무공해 전구.

 

가끔씩 별똥별이라고 하여

바람에 휙하고 날아가 버리는 낡은 별이 있는데

그런 녀석들만 빼고 나면

나에게 별들은 만질 수없는 신기한 놀이감이다.

밤하늘 저편으로 떨어진 별은 주어올 수가 없으니

 

하지만

그렇게 신기한 별들이 세월이 흐를수록

제 생명을 다하는 것인지 자꾸만 꺼져 간다.

여름밤만 되면 헤아릴 수 없이 빤짝거리던 자연 전구들

이제는 시골 외딴 마을 불빛처럼 그 빛이 줄었다.

 

그래도 오늘 밤엔 저 창문 밖에서

유난히 밝은 새 전구 같은 노랑별 하나가

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빛을 바래고 있다.

이 여름이 다가고 나면 저 별빛도 한층 흐려질 것처럼

마지막 혼신의 힘으로 날 보며 반짝 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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