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일홍
이른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끈질기게도 살아서
제 모습 끝까지 인지시키는 꽃
여름 내내, 벌과 나비 불러 모아
제 잎 모두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양분을 내주고
첫 서리 나리는 날 스러지는 꽃
나는 어릴 적에 백일홍을 알지 못했다.
들을 걷다가 언제쯤 몇 번은 보았겠지만
그것이 백일홍인지 알지 못했다.
세월이 흐르고 난 후
여름부터 가을까지 지지 않는 꽃을 보며
그것이 백일홍인지 알았다.
그리고 또 하나
그렇게 수다를 좋아하던 그대가
백일홍을 닮았었다는 것도 이제 알았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백일홍을 닮았었던 그대를 그리워하는 나도
서리 맞은 백일홍 모습으로 지고 싶다는 것도 알았다.
지금은 백일홍이 서서히 시들어 갈 9월.
그대는 어디선가 환한 얼굴로 살았었길 바라고
나는 이제 그대 지는 모습으로 두 계절을 살길 원한다.
그대, 다시 환하게 태어날 내년 여름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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