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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무음(無音) 공해(公害)

by 푸른비(박준규) 2012. 1. 5.

- 무음(無音) 공해(公害)

 

 

어두워만 지면 날 부르는 소리가 있다.

하지만 그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어떤 형태의 소리인지조차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건

어둠이 내려앉고 내 방, 형광등이 켜지면

어김없이 그 소리는 나를 부르기 시작한다는 것.

지금으로부터 몇 해 전

내가 생애 처음 이별이라는 걸 했을 때

그 소리는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어둠만 밀려오면 밤하늘의 별들과

벽 속에 숨은 귀뚜리들에게 말을 걸었다.

귀뚜리가 없는 여름에는

천장에서 줄타기를 하는 거미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지금은 별도 구름 속에 숨고

귀뚜리와 거미도 사라진 겨울 새벽.

나는 날 부르는 무음(無音)의 소리에

넋을 잃고 또 하루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런 날이 얼마나 흘러야 늦봄이 올까?

문득, 천장에 걸려 대롱거리는 거미주검을 보며

축축해진 귀를 막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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