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풍경
겨울바람 휘모는 새벽
창문을 열어 가로등 꺼진 골목을 바라본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환했던 골목길
자정(子正)이 넘자 불이 꺼지고
기어이 저 환했던 골목에도 새벽이 내렸다.
지난 낮
눈발 날리며 한때 하늘이 울상이더니
이 새벽, 하늘은 별을 구름에 감추고
바람은 구름을 불어서 별을 다시 꺼내고
모두가 잠든 시간, 저들은 부질없이 바쁘다.
새벽어둠을 뚫고 온 소형차 한 대가
한 개 남은 주차공간을 용케도 찾아 주차되고
소형차에서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사람들은 주섬주섬 각자 무언가를 나눠 들고
어두운 아파트 모퉁이로 사라졌다.
잠시 후, 빈차는 네 개의 눈을 번뜩이며 문단속을 했다.
얼마나 떨며 발코니에 서 있었을까?
불 꺼진 아래층에선 풀풀 목욕샴푸향이 올라오고
그 향에 가물거리는 내 지난 추억들. 순간,
머릿속에는 한줄 씩의 여러 문장들이 쏟아졌지만
나는 그것들을 조합할 수 없었다.
분명
아침이면 이 시간에 느꼈던 모든 것은
내 체온으로 더워진 이불 속에서 사라질 테고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루를 시작하겠지?
새벽마다 겪어야하는 이 허물 같은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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