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창고 안에 이름
칼로 벨 수만 있다면
내 무딘 칼로도 수만 번 베어 볼 텐데
시퍼렇게 날 선 칼로도
흠집 하나 낼 수 없다니 허망하구나.
굵은 쇠사슬로 묶어 놓고
파도 같은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도록
내 안에 품을 수만 있다면
삶에 약이 되겠지만 그럴 수 없다니 허망하구나.
잘라 버리고 싶은 것은
푸른 숲으로 우거져 가고
품고 싶은 것들은
실바람 되어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마니.
잘라낼 기억과
간직할 기억을
내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
나는 지금
내 기억창고에서
그대라는 이름만 빼고
모두 지워버리고 싶네.
허망이 허망을 부른다 해도.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물방울 인연 (0) | 2012.01.17 |
---|---|
(詩) 시집 학대에서 얻는 행복 (0) | 2012.01.15 |
(詩) 세상에 물들기 (0) | 2012.01.12 |
(詩) 선택의 시 (0) | 2012.01.11 |
(詩) 사람으로서의 한계를 느끼는 날 (0) | 2012.0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