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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기억창고 안에 이름

by 푸른비(박준규) 2012. 1. 13.

- 기억창고 안에 이름

 

 

칼로 벨 수만 있다면

내 무딘 칼로도 수만 번 베어 볼 텐데

시퍼렇게 날 선 칼로도

흠집 하나 낼 수 없다니 허망하구나.

 

굵은 쇠사슬로 묶어 놓고

파도 같은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도록

내 안에 품을 수만 있다면

삶에 약이 되겠지만 그럴 수 없다니 허망하구나.

 

잘라 버리고 싶은 것은

푸른 숲으로 우거져 가고

품고 싶은 것들은

실바람 되어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마니.

 

잘라낼 기억과

간직할 기억을

내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

나는 지금

 

내 기억창고에서

그대라는 이름만 빼고

모두 지워버리고 싶네.

허망이 허망을 부른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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