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겨울 반(反) 시(詩) #07

by 푸른비(박준규) 2012. 2. 23.

- 겨울 반(反) 시(詩) #07

 

 

서서히 봄이 올 시기다.

겨우내 얼어붙은 강물도

옅어지는 얼음 밑에서 술렁이고

온종일 파닥대던 겨울새도

며칠 사이 자취를 감춘 걸보니

서서히 봄이 올 시기다.

대지의 모든 생물과

내 작은 몸과 마음 모두 얼렸던 겨울

봄바람에 쓸려갈 시기다.

 

언젠가

겨울이 봄을 데리고 온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겨우내 얼어 있던 모든 것들에게 겨울이 떠나며

봄을 선물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겨울은 봄에게 밀려 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한 시기는 내가 철든 세른 살 중반.

그 전까지는 봄은 겨울이 남긴 선물이라 생각했다.

 

세월이 다시 훌쩍 흐른 지금.

나는 아직 철이 들어 있고, 겨울은 나에게

아주 나쁜 계절로 낙인찍힌 체

이 새벽, 창밖에서 나를 응시하며 떠날 채비를 한다.

어디엔가 지금쯤 와 있을 봄기운에 밀리는 겨울

나는 겨울의 응시에 눈을 피하고 있다.

지난겨울 혹독하게 나는 겨울에게 당했으니

봄에게 밀리는 겨울을 보고 싶지 않다.

봄은 겨울이 준 선물이 아니라 봄에게 밀린 계절일 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