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전증과 빈 잔
빈 잔에 술을 채워
그대에게 건넬 수 있다면
빈 잔에 따라 주는
그대 술 한 잔 받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길다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그대 먼 길 떠난 후
밤낮으로 되뇌는 아쉬움과 절망
이제는 잊고 싶은데
아직은 이른 바람 같구나.
언젠가 그대 따뜻한 손에
내 떨리는 손은 꼭 잡혀
수많은 여행을 했고
그대 손 안에서
또 다시 맞았던 평온한 밤들
그런 그대가 떠난 후
빈 잔에 술 한 잔 채워 건네지 못하니
내 마음은 천근만근이구나.
하지만 그대는 또 이해해 주겠지.
언제나 그랬듯이 내 편이 되어 주겠지.
언젠가 그대 앞에 설 때는
그대 분신 같은 이와 함께 하리라.
그때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그때까지만
그대에게 바칠 나의 술잔은 잠시 빈 잔.
타오르는 갈증 있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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