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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봄이 나를 응시하며

by 푸른비(박준규) 2012. 3. 18.

- 봄이 나를 응시하며

 

 

겨울을 밀어내고 오는 것인지

겨울에 밀려오는 것인지 모르지만

봄은 저 강 건너까지 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작은 언덕에 올라보면

손에 닿을 것 같은 저 강 끝 마을

내가 움츠리고 있는 이곳은 겨울이지만

저 강 끝 마을은 봄이다.

 

매일 밤, 매일 새벽

봄은 사뿐 날아올라

세 살배기 보폭으로 내게 다가서지만

나는 그 봄을 노려본다.

 

추위에 지치고

외로움에 지치고

고독에 지친 지난 계절이 억울해

나는 그 봄을 노려본다.

 

올 때는 세 살배기 보폭이 되고

갈 때는 바람 탄 말의 보폭으로 사라지니

봄은 사계절 중

가장 느리고도 빠른 보폭을 갖고 있다.

 

기다림에 지친 나의 분노도

며칠 후면 눈 녹듯 사라지겠지만

아직도 봄은 저 강 끝 마을에서

나를 응시하며 숨 고르기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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