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나를 응시하며
겨울을 밀어내고 오는 것인지
겨울에 밀려오는 것인지 모르지만
봄은 저 강 건너까지 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작은 언덕에 올라보면
손에 닿을 것 같은 저 강 끝 마을
내가 움츠리고 있는 이곳은 겨울이지만
저 강 끝 마을은 봄이다.
매일 밤, 매일 새벽
봄은 사뿐 날아올라
세 살배기 보폭으로 내게 다가서지만
나는 그 봄을 노려본다.
추위에 지치고
외로움에 지치고
고독에 지친 지난 계절이 억울해
나는 그 봄을 노려본다.
올 때는 세 살배기 보폭이 되고
갈 때는 바람 탄 말의 보폭으로 사라지니
봄은 사계절 중
가장 느리고도 빠른 보폭을 갖고 있다.
기다림에 지친 나의 분노도
며칠 후면 눈 녹듯 사라지겠지만
아직도 봄은 저 강 끝 마을에서
나를 응시하며 숨 고르기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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