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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기억 속의 먼지

by 푸른비(박준규) 2012. 3. 19.

- 기억 속의 먼지 (인연 놓기)

 

 

나는 한때

나와의 연(緣)들을 끊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며칠 밤을 지새우고, 한참을 앓던 고통의 날들.

끝내 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지내왔으나

어느 순간, 그 일은 의외로

힘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을 끊는다는 것은 일방적인 경우가 적다.

오랜 시간 연락이 단절 되거나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만 연락을 안 하는 상태.

대부분 그런 사이에서 연이 끊기거나 끊는다.

이것은 어찌 보면 삶의 짐을 버리는 행위다.

현대인들은 거미줄 같은 인연 쌓기에 혈안 돼 있고

스스로 만든 거미줄에 엉켜 힘들어 한다.

 

나는 이것을 알고부터 내 주변의 연을 끊기로 했다.

언제가, 아주 먼 훗날, 또는

오늘 당장 그 연이 필요할지라도

내 익(益)을 위해서 아무 교류 없이

그 연을 놓지 못하는 것은 큰 욕심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또한 그런 나를 담고 있을 상대에게도 부담을

주는 일이라 생각이 들어서다.

 

나는 이제

하루하루 나와의 연들을 끊어나갈 것이다.

나를 잠시 품어줬던 나의 연들이여

어느 날, 그대들의 인연 목록에 내 이름이 사라졌다 해도

나를 욕하지 말아주오.

나는 그대들의 기억에 잠시 머물렀다 날아간 먼지였을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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