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끄트머리
봄 끄트머리에는 추억이 산다.
점점 사라져 가는 계절 봄.
겨울과 여름
그 짙은 계절에서는 느끼지 못할 추억은
왔는지도 모르게 사라질
봄 끄트머리에 산다.
그리고 나는
매년 봄 끄트머리에 병 치례를 한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의 심한 두통과
손 끝 하나 움직일 수없는 무력함에
며칠을 앓아눕는다.
그러다가 봄이 끝날 무렵
집 안 곳곳에 새끼거미들이 줄을 치고
밤마다, 새벽마다 발코니 밖에서
개구리들의 통곡을 듣고서야
겨우 몸을 추스르고 여름을 맞는다.
매년 봄마다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 내 안에 추억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병(病)은 뭐길래
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나를 힘들게 하는가?
알 수없는 일이다.
내가 이 별에 사는 동안에는 풀 수 없는 과제다.
혹여나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이를 만나
그 풀리지 않는 과제를 풀 수 있는 날이 오면 모를까
텅 빈 방안 천장에 매달려 나를 응시하는 거미
저 거미보다 작을 내 마음으론
도저히 풀 수 없는 과제다.
봄 끄트머리에는 추억이 살고
나는 봄 끄트머리에 병 앓이를 한 채 여름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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