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봄 끄트머리

by 푸른비(박준규) 2012. 4. 27.

- 봄 끄트머리

 

 

봄 끄트머리에는 추억이 산다.

점점 사라져 가는 계절 봄.

겨울과 여름

그 짙은 계절에서는 느끼지 못할 추억은

왔는지도 모르게 사라질

봄 끄트머리에 산다.

그리고 나는

매년 봄 끄트머리에 병 치례를 한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의 심한 두통과

손 끝 하나 움직일 수없는 무력함에

며칠을 앓아눕는다.

그러다가 봄이 끝날 무렵

집 안 곳곳에 새끼거미들이 줄을 치고

밤마다, 새벽마다 발코니 밖에서

개구리들의 통곡을 듣고서야

겨우 몸을 추스르고 여름을 맞는다.

매년 봄마다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 내 안에 추억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병(病)은 뭐길래

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나를 힘들게 하는가?

알 수없는 일이다.

내가 이 별에 사는 동안에는 풀 수 없는 과제다.

혹여나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이를 만나

그 풀리지 않는 과제를 풀 수 있는 날이 오면 모를까

텅 빈 방안 천장에 매달려 나를 응시하는 거미

저 거미보다 작을 내 마음으론

도저히 풀 수 없는 과제다.

봄 끄트머리에는 추억이 살고

나는 봄 끄트머리에 병 앓이를 한 채 여름을 맞고 있다.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지지배배  (0) 2012.04.29
(詩) 유리의 시  (0) 2012.04.28
(詩) 작별가(哥)  (0) 2012.04.26
(詩) 사랑한다는 것  (0) 2012.04.25
(詩) 대상 없는 그리움  (0) 2012.04.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