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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작은 웅덩이

by 푸른비(박준규) 2012. 12. 30.

- 작은 웅덩이

 

 

나는 한 달에 한 번

작은 웅덩이가 되고 싶네.

바다는 헤퍼 보여 싫고

강은 무딘 것 같아 싫고

내 몸 누일 수 있는 만큼의 넓이와 깊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담한 크기의 웅덩이가 되고 싶네.

 

그리고

한 달 내내 달아오른 몸으로 뜬 보름달

오늘 밤이면 지나면

그 붉은 절정이 하얗게 식어버릴 보름달을

아무도 모르게 내 안에 담고

붉은 빛으로, 노란 빛으로

저무는 새벽을 물들이고 싶네.

 

언제인지도 모를 아주 오래 전

나를 그대에게 묻고

그대는 나를 품었던

그 따뜻했던 핏빛 새벽.

 

나는 한 달에 한 번

작은 웅덩이가 되고 싶네.

 

발그레 달아오른 그대 닮은 보름달

내 안에 담고 짧은 새벽 지샐 수 있도록

나는 한 달에 한 번

작은 웅덩이가 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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