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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저장강박증 탈피에서 온 후유증

by 푸른비(박준규) 2017. 1. 18.

저장강박증 탈피에서 온 후유증

 

 

오래 전에 나는 버리는 것에 인색했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쓰레기로 취급했을 라면봉지마저

언젠가 사용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버리지 못했고

나무젓가락이나 일회용 수저 등도

욕심을 넘어선 집착으로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사람에게서 염증을 느낀 후

고질병 같았던 저장강박증이 떨어져 나갔다.

아무런 연관도 없을 것 같은 일인데 왜 그랬을까?

 

가만히 생각을 해본다.

사람에 대한 염증과 저장강박증에 대한 관계에 대해.

하지만 결론은커녕 하나의 연관관계도 찾지 못했다.

단지, 어쩌면

내 주위 사람들을 버리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는 현실에

그동안 현실에서 버리지 못했던 것들을 버리면서

대리만족이라도 느끼려는 것은 아닌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나는 저장강박증도 버리고 말았다.

 

허나, 그로인해 남은 후유증 하나.

일상에서, 기억에서 버리는 법은 터득했으나

무엇이 버릴 것이고

무엇이 남겨 두어야 할 것인지 제대로 분별 못하는

치명적 판단결핍이 후유증으로 남았다.

이제는 버리지 못했을 때와

모두 다 버렸을 때를 비교하여 어떤 것이

더 효율 적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겠다.

 

하지만 판단결핍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지금

과연 그 어렵고도 심오한 차이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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