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에게
앙상하기 그지없고
초라하기 그지없고
볼품없기 그지없이
겨우내 한 자리에 서서
누굴 기다리지도 않으면서
누굴 기다리는 척을 하며
한 계절 반을 자포자기한 나무
너는 참 나를 닮았구나.
아무도 봐주지 않는
봐줘봐야 혀만 차고 지나갈
헛된 생(生)
너는 참 나를 닮았구나.
아, 다시 생각하니
나만의 착각이었구나.
앙상하고
초라하고
볼품없던 너는
한 계절 반을
봄이라는 계절을 기다린 거였구나?
그 혹독한 바람과 더 싸늘한 시선 받아가며
너를 푸르게 만들어 줄
따뜻한 봄을 기다린 거였구나.
그래. 그 어떤 고난이라도 그 끝이 보인다면
그깟 한 계절 반이 무슨 대수냐.
나와는 비교조차 하지 못할
부러운 겨울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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