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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분실 악몽

by 푸른비(박준규) 2017. 8. 8.

분실 악몽

 

 

나는 어릴 적부터

주머니 많은 옷을 입었다.

주머니가 많지 않으면

주머니 깊이가 깊은 옷으로 입기 좋아했다.

그리고 그 주머니들 속에는

갖가지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연필, 메모지, 동전, 구술, 사이다 병뚜껑 등

동전 빼고는 그리 쓸모없는 것들을 넣고 다녔다.

 

흐르는 세월에 나이는 흐르지 않고 쌓였다.

하지만 내 옷들 주머니 속 잡동사니들은

내 나이처럼 쌓이지 않고

흐르는 세월 따라 어디론가 흘러가 버렸다.

점점 비어져 가는 텅빈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마다

한 움큼씩 잡히는 허무함.

 

어릴 적에는 주머니에서 무엇을 분실하면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는 시간과 가능성이 보여

크게 당황하지 않았으나

다 자란 후 이미 텅 빈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분실했다는 생각이 들 때면

감당 못할 불안감 때문에 잠 못 이룰 때가 허다하다.

 

실체이던 가상의 그 무엇이던

분실 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곤두서는 신경(神經)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다짐에 다짐을 해봐도

경계태세의 고양이 눈동자처럼

내 마음은 불안으로 경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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