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낙눈
오늘밤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내 마음에 나 있는 여러 길들이 우려됐다.
차라리 비가 내린다면
주르륵 한 번 씻겨 내려가고 마른다지만
눈이 쌓이면
그것도 미로와 같은 내 마음 속 길들에
대책 없이 눈이 쌓인다면
그 눈들 녹을 동안 나는
내 마음 어느 한 구석에 갇혀
시름, 시름 앓을 지도 몰라
밤이 깊을수록 우려됐다.
선잠으로 밤을 새고
비몽사몽으로 새벽을 보낸 후 창밖을 보니
우려했던 눈은
빗물과 섞여 소낙눈으로 내리고 있었다.
순간,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하얗게
쌓이는 젖은 그리움들을 보며
기온마저 내려가지 않길 기도했다.
소복 쌓이는 그리움이야 녹기도 쉽지만
젖은 그리움이 얼어붙으면
몇 날 며칠은 아파해야 할 테니
기온마저 내려가지 않길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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