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소낙눈

by 푸른비(박준규) 2018. 1. 7.

소낙눈

 

 

오늘밤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내 마음에 나 있는 여러 길들이 우려됐다.

차라리 비가 내린다면

주르륵 한 번 씻겨 내려가고 마른다지만

눈이 쌓이면

그것도 미로와 같은 내 마음 속 길들에

대책 없이 눈이 쌓인다면

그 눈들 녹을 동안 나는

내 마음 어느 한 구석에 갇혀

시름, 시름 앓을 지도 몰라

밤이 깊을수록 우려됐다.

 

선잠으로 밤을 새고

비몽사몽으로 새벽을 보낸 후 창밖을 보니

우려했던 눈은

빗물과 섞여 소낙눈으로 내리고 있었다.

순간,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하얗게

쌓이는 젖은 그리움들을 보며

기온마저 내려가지 않길 기도했다.

소복 쌓이는 그리움이야 녹기도 쉽지만

젖은 그리움이 얼어붙으면

몇 날 며칠은 아파해야 할 테니

기온마저 내려가지 않길 간절히 기도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