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을 세지 않는 이유
어느 해 여름 초저녁
그대를 멀리 떠나보내고 오는 길
다리가 아파 잠시 머물렀던 북한강변
강 건너 산봉우리에는
무서울 정도의 붉은 노을이
저녁 산을 불태우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던 그날 밤
수차례 누웠다가 앉았다가
주체하지 못하고 창문을 열어
반짝이는 양을 세고 있노라니
번쩍, 번쩍 두 마리의 양도 꼬릴 길게
늘어뜨리며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내 소중한 그대는
나를 두고 떠나면서 하늘을 태우고
별 두 개를 데리고 떠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별들을 세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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