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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별을 세지 않는 이유

by 푸른비(박준규) 2018. 1. 9.

- 별을 세지 않는 이유

 

 

어느 해 여름 초저녁

그대를 멀리 떠나보내고 오는 길

다리가 아파 잠시 머물렀던 북한강변

강 건너 산봉우리에는

무서울 정도의 붉은 노을이

저녁 산을 불태우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던 그날 밤

수차례 누웠다가 앉았다가

주체하지 못하고 창문을 열어

반짝이는 양을 세고 있노라니

번쩍, 번쩍 두 마리의 양도 꼬릴 길게

늘어뜨리며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내 소중한 그대는

나를 두고 떠나면서 하늘을 태우고

별 두 개를 데리고 떠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별들을 세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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