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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달의 덫

by 푸른비(박준규) 2018. 1. 10.

달의 덫

 

 

며칠 한파에 얼어붙은 북한강

얼음은 두껍지 않아

강 한가운데는 푹 파인 웅덩이다.

채 녹지 않은 눈()

강물 위에 밭()을 만들고

그 밭 한가운데 패인 웅덩이엔

노란 달이 빠져 바람에 허우적거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 웅덩이는 달을 포획할 덫이었다.

 

일편단심일거라 내가 착각했던 달맞이꽃

그 꽃은 계절을 가려 달바라기 했으나

저 둥근 달은 계절과 관계없이

한 달에 한 번 달맞이꽃을 찾아 떠올랐다.

그러다가 이 차가운 계절

달맞이꽃이 있을 자리에

희끄무레한 흙뿐인 것을 보고 저물었는데

저 눈밭 한가운데 난 웅덩이는

달을 빠뜨려 익사시키려 했다.

 

한겨울

얼어붙은 강물 위

오아시스 같은

물웅덩이는

달맞이꽃을 찾으러 나왔던

일편단심의 달을 포획할

위험한

달의

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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