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의 덫
며칠 한파에 얼어붙은 북한강
얼음은 두껍지 않아
강 한가운데는 푹 파인 웅덩이다.
채 녹지 않은 눈(雪)은
강물 위에 밭(田)을 만들고
그 밭 한가운데 패인 웅덩이엔
노란 달이 빠져 바람에 허우적거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 웅덩이는 달을 포획할 덫이었다.
일편단심일거라 내가 착각했던 달맞이꽃
그 꽃은 계절을 가려 달바라기 했으나
저 둥근 달은 계절과 관계없이
한 달에 한 번 달맞이꽃을 찾아 떠올랐다.
그러다가 이 차가운 계절
달맞이꽃이 있을 자리에
희끄무레한 흙뿐인 것을 보고 저물었는데
저 눈밭 한가운데 난 웅덩이는
달을 빠뜨려 익사시키려 했다.
한겨울
얼어붙은 강물 위
오아시스 같은
물웅덩이는
달맞이꽃을 찾으러 나왔던
일편단심의 달을 포획할
위험한
달의
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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