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겨울 숲
겨울 숲에는
여름과 가을 숲이 벗어 놓은 미련이 있었다.
여름내 뜨겁던 태양
푸른 잎은 제 몸 바래가며 앙상한 가지를 가려주고
가을이 깊을수록 뚝뚝 땅으로 떨어져
다시 나무 밑에서 썩어
거름이 되는 운명
잎은 그렇게 한 나무에게 미련의 목을 매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 숲, 바짝 말라가는 텅 빈 숲
나무들 아래 썩은 여름 나뭇잎
그 나뭇잎 속 어딘가에서
또 썩어가고 있을 매미허물과
땅속 습한 곳에 공생하는 이끼들은
벌써 봄을 잉태한 상태.
여름과 가을 숲이 벗어 놓은
미련들로 채워진 1월의 텅 빈 겨울 숲에는
봄을 잉태하기 위한 교배가 이미 끝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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