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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1월의 겨울 숲

by 푸른비(박준규) 2018. 1. 14.

1월의 겨울 숲

 

 

겨울 숲에는

여름과 가을 숲이 벗어 놓은 미련이 있었다.

여름내 뜨겁던 태양

푸른 잎은 제 몸 바래가며 앙상한 가지를 가려주고

가을이 깊을수록 뚝뚝 땅으로 떨어져

다시 나무 밑에서 썩어

거름이 되는 운명

잎은 그렇게 한 나무에게 미련의 목을 매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 숲, 바짝 말라가는 텅 빈 숲

나무들 아래 썩은 여름 나뭇잎

그 나뭇잎 속 어딘가에서

또 썩어가고 있을 매미허물과

땅속 습한 곳에 공생하는 이끼들은

벌써 봄을 잉태한 상태.

여름과 가을 숲이 벗어 놓은

미련들로 채워진 1월의 텅 빈 겨울 숲에는

봄을 잉태하기 위한 교배가 이미 끝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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