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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안개 숲의 실체

by 푸른비(박준규) 2018. 1. 16.

안개 숲의 실체

 

 

울창한 나무들과 서로 뒤엉켜

몸 부비는 풀들이 우거진 숲속에는

여러 개의 눈()들이 있다.

쉽게 눈에 띠지 않는 여러 개의 눈

때문에

이 숲속에선 비밀이 많다.

나를 감추고, 내 말을 감추고

보이지 않는 눈들의 눈치를 보며

숲속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안개 숲은

나만을 위한 정막의 숲이다.

나를 훔쳐보는

여러 개의 눈들도 없고

때문에

이 숲속에선 비밀이 없다.

나를 보이고, 내 말을 떠벌리고

단지, 안개가 걷힌 후 남는 건

벌거벗은 초라한 내 모습뿐이란 것.

 

안개 숲

나를 보이고

나를 풀어 놓을 수 있게

하얀 정막의 커튼으로

나를 감싸 주더니

그깟 한줄기 바람과 햇살에

나를 내동댕이치다니

안개 숲의 실체는

믿음을 배신으로 갚는 허무한 회색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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