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 숲의 실체
울창한 나무들과 서로 뒤엉켜
몸 부비는 풀들이 우거진 숲속에는
여러 개의 눈(目)들이 있다.
쉽게 눈에 띠지 않는 여러 개의 눈
때문에
이 숲속에선 비밀이 많다.
나를 감추고, 내 말을 감추고
보이지 않는 눈들의 눈치를 보며
숲속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안개 숲은
나만을 위한 정막의 숲이다.
나를 훔쳐보는
여러 개의 눈들도 없고
때문에
이 숲속에선 비밀이 없다.
나를 보이고, 내 말을 떠벌리고
단지, 안개가 걷힌 후 남는 건
벌거벗은 초라한 내 모습뿐이란 것.
안개 숲
나를 보이고
나를 풀어 놓을 수 있게
하얀 정막의 커튼으로
나를 감싸 주더니
그깟 한줄기 바람과 햇살에
나를 내동댕이치다니
안개 숲의 실체는
믿음을 배신으로 갚는 허무한 회색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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