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생(共生)의 역행
사람 붐비는 버스터미널 앞 작은 광장의
여러 마리의 비둘기가
오가는 객(客)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마중과 배웅을 하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들 곁엔
정작 마중과 배웅하는 사람은 없고
그 빈자리는 비둘기가 차지한지 오래다.
하지만
그들의 대가 없는 노고를 무시한 인간들은
그들의 밥줄 끊기에만 혈안 돼 있다.
아주 오래 전 어느 날
절뚝이며 버스에서 내려 고향 땅 밟던 날
나를 마중해 준 것은 왜소한 외발 비둘기였다.
순간, 그것도 동병상련이라고
나를 본 비둘기는 구구구 울고
내 눈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사람 붐비는 버스터미널 앞 작은 광장에는
아무런 대가 없이 인간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여러 마리의 비둘기가 있고
그 비둘기들 주위에는
그들의 밥줄 끊기에만 혈안 된 인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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