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해주는 충고
언젠가부터인지 일상의 모든 것들이 그냥 그렇게 흐지부지 흐르고 있었다.
무엇하나 특별할 것도
그렇다고 애써 외면할 것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 대로, 그 순간을 버티는 대로
그저 그러한 시간들로 지낸 것 같다.
다시 말하면
"뭐 다운 뭐!" 즉, ~답지 않게...지냈다는 것.
이러한 일상은 나이가 들수록 늘어만 가는 느낌이다.
사소한 일들에 관심을 갖고
그 일들을 궁금해 하며 나아가 파헤치기까지 하려던 나의 행동들은
언젠가부터인지 나이가 들수록
흐지부지돼 가고 있었다.
그러다 이 며칠 사이
등짝에 땀을 흐르게 했다가 다시 마르게 하는 무더위에
화들짝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그래. 여름은 여름이었구나"
"여름은 여름 답게 온 대지를 달아오르게 하는구나."
역시 여름은 여름다웠다.
여름이 여름 답지 않았다면 여름이란 이름도 없었을 것처럼
여름은 정말 여름다웠다.
기상이변으로 계절의 이상변화는 이미 일어났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각 계절은 각 계절 다운 색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리고
올여름은 나에게
잃었던 나 다운 나를 다시 찾아보라고
이 새벽까지
뜨거운 열을 토하며
식지 않고 있다.
.
.
.
( Budapest / Jethro Tu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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