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수(匕首) 장맛비
내리는 비는 거슬러 오를 수 없다.
중력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고
바람에 의해 옆으로 내리고
그렇게 종일 내리는 비는
내 발밑에 고일 뿐
다시 하늘로 거슬러 오를 수 없다.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 년에 반 절기
비 내리는 계절이 시작됐다.
살면서 수많은
주워 담을 수 없는 것 중
내리는 저 비와
내가 너에게 쏟아낸 비수 같던 말들은
해(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겠지.
주기적으로 반복되며
기억을 되살리겠지.
차리라 장맛비는 그치고 마르면
다시 일 년을 버틸 수 있지만
내뱉은 나의 말들은
수시로 떠올라
나와 너를 아프게 할 수 있으니
지독한 장마보다 아프다.
거스를 수 없다는 단순한 차원이 아닌
고질병으로 고착된 내가 만든 악(惡)이다.
거슬러 오를 수는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 발밑으로
주워 담을 수 없는
내가 너에게 쏟아낸 비수 같던 말들이
장맛비 되어
다시 내 가슴에 퍼붓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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