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강촌에서

by 푸른비(박준규) 2003. 5. 6.
......................................................................2003.05.06

- 강촌에서


봄이 왔다. 아니 이미 봄은 온 산과 들에 푸른 피를 흠뻑 흘려 물들이고
또 다른 겨울 끝을 찾아 떠나갔다. 매년 봄이 오면 만물의 소생과 더불어 사람들 또한
겨우내 묶은 떼를 씻어내려는 듯 들로 산으로 강으로 흩어져 나간다.
이 좁은 땅덩이엔 이미 명소는 정해져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생을 사서라도
그 알려진 명소로.. 명소로 발을 옮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명소라고 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조금 아쉬움이 있어도 관광객이 많은 곳.
일명 휴양지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작은 휴식터도 이 맘때 쯤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런 곳 중 한 곳이 경춘선/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강원도 춘천을 못 미처 자리한
작지만 시끄러운 동네 강촌... 그곳엔 이미 여름을 부르고 있었다.
강원,수도권에 자리한 수많은 대학에서 MT 나온 학생들로 주말엔 거의 발디딜 틈도
너무나 시끄러워 누구의 소리가 누구의 소리인지 조차 구분 못할 정신 사나운 풍경.
이 맘 때 즈음 나는 가끔 강촌을 찾는다.
내가 사는 곳은 경기도 가평, 강촌이란 곳은 북한강 건너에 있는 강원도 땅.
이곳은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선이 있는 지역이라 자동차를 이용시엔 도와 도사이는
거의 거리 개념 없이 왕복할 수 있는 동네다. 그렇게 가까운 강원도 땅 강촌...
자동차로 15분 거리를 나는 오토바이크를 이용 40분에 걸쳐 찾아간다.
흔한 말로 쭉쭉뻗은 경춘도로를 옆에 끼고 북한강 줄기 몇 미터 사이 두고
덜컹덜컹 비포장 강변길 따라 강촌엘 간다. 그렇게.. 그렇게 피곤히 달려 다다르면
어느새 젊은이들 열기로 내 마음도 따라 젊어지고 시끄러운 인파속 소음도
내 귓속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들과 어우려져 늦봄 어느 한 오후는 저물어 간다.

뒤돌아 보면 불가 십여년 전만 해도 특별히 볼 것도 없고, 말 그대로 강변 마을
강촌이었던 그 작은 동네가 지금은 어느새 어떻게 알려졌는지 모르지만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작은 휴양지로 인식이 되어 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그곳은 자연적으로 상업성이 극대화 되고
여러 가지의 상점들과 상인들이 즐비하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에서
강촌 역시 제외될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없지고 그 자리엔 새로운 것들이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하고 있다. 자연적인 곳에서 현실적이 곳으로...
보기엔 자연과 더불어 현실의 편리한 도구들로 조화가 있어 보인다.
또 그것을 무기로 더 많은 문명발달의 힘이 강촌 구석구석을 헤집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순리대로 흐르는 게 정상일까?
가끔 머리를 식히려 찾아가는 강촌이지만 매년 거듭되는 풍경과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자연실태를 보며 참 안타까운 기분이 들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어디 강촌 뿐이겠는가..
알려지지 않았을 때 가보았던 정동진의 그 조용한 역 주변은 이제 번화가가 됐고
그 동네는 유흥지가 되어간다고 한다. 방송이나 각종 매체에서 한번 튀면
그 지역은 순식간 '명소'라는 수식어가 붙고 그와 더불어 그 지역은 어쩔 수 없이
상업과 물질만능이 팽배해 지기 마련인 것 같다.

그것이 정상적인 결과라면 나는 할 말이 없겠으나...
그냥 한마디 넋두리를 풀고 싶다. 어느 곳이던 아무리 좋게 소문이 나고
각 매체에 실렸다 하더라도 그 있는 그대로를 보존하고 그것으로 인해
몇몇 이윤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 말이다.
처음 접한 그 모습을 그냥 두고 가끔씩 찾아가 볼 수 있는 곳으로 남겨야지,
그곳을 상업적 이윤에 결부시켜 상업화 한다는건 너무 속 보이는게 아닐는지.
흔한 예로 얼마전 한창 인기를 얻은 한국 영화 '집으로...'
영화속 주인공역의 한 할머니는 영화로 인기를 얻은 자신의 집과 동네에서
잠시 떠나 살았다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유는 당연히 수없이 찾아드는 관광객(?).
그 보잘 것 없고 낯선 동네도 영화란 매체로 인기를 얻자 순식간 사람이 모였다.
불행중 다행인지는 모르나 현재 그 동네 소식과 할머니 소식은 못 들었다.
결론은 두가지.. 그 할머님이 아예 동네를 떠나셨거나
사람들이 안 찾아가는 .. 이유에서일 것이다. ~.~

그냥 그처럼 말 그대로 해프닝으로 끝나며 우리의 자연은 우리가 지키는
그런 인간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강촌에 갔다가 어김없이 변해가는 자연과 많은 것을 보며
문득 허무에 빠져 몇 줄을 적어 보았다


.......................................................................04:15 씀.


'[ 다음블로그 포스팅 ] > 푸른비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레기 만두  (0) 2004.06.10
여행  (0) 2004.06.06
인연  (0) 2003.03.29
비밀  (0) 2003.03.27
산책  (0) 2003.03.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