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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여행

by 푸른비(박준규) 2004. 6. 6.
......................................................................2004.06.06
 

- 여행



  가끔 나를 찾아 나서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힘들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게 현실. 누구나 겪는 일관된

아쉬움이다.

이러한 아쉬움으로 해가 거듭될수록  그 횟수가 늘어나고 거기에서 오는

불만도 늘어나 언제고 한 번은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생활의 활력을 잃을 때가 생긴다.

그러고 나서야 기회를 만들고 어디론가 훌쩍, 그러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행을 하고 제자리로 돌아와 일상의 궤도를 또 돌게 마련이다.

간혹 이런 생각을 해본다.

여행,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는 휴식을 위한 외출.

그 소중한 시간을 진정 틀에 박힌 일정의 반복으로 소비하지 말고 정말 자유롭고

틀에 박히지 않은 일정으로 보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런 여행을 즐겼었다. 학교를 졸업 후 1년 정도 집에서

공부 한다는 핑계로 백수 생활을 하던 때, 시간적으론 여유가 많았지만 정작

마음의 여유가  주어지질 않아 꼬박 숨 막히게 지냈었다.

그 때도 가까운 곳으로 몇 차례 여행을 떠났으나 그 여행이 가져다 준 것은

허한 심리적 부담 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때의 여행은 흔히 우리가 하는 계획성 있는 여행준비로 며칠 전부터

계획표를 세우고 몇 날 몇 시에 무엇을 어떻게 하고 등...

정말 빈틈없는 콘티로 무장을 하고 당일이 오면 정말 어느 부대의 훈련처럼

자로 잰 듯이 여행을 했었다. 피곤의 가중을 부른 여행.

끝까지 주어진 계획표에 일치 하도록 신경을 쓰느라 정작 여행에서 얻어야 할

여유와 삶의 가치는 챙길 수 없었다.


  그렇게 한 해가 흐르고 작은 일자리를 가진 해부터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여행을 떠난 횟수가 급격히 줄어 버렸다. 그러나 보니 쉬는 날이나

누가 여행 얘기를 하면 순간순간을 즐기는 쪽으로 생활방식이 자연스레 변하고

예전에 쉬던 방법과도 조금 다른 성격으로 변해 버렸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나만의 여행하는 방법은 말 그대로 자유로운

방랑에 가까운 여행. 단 하루를 다녀와도 정해진 목적지가 없이 떠나는 여행이다.

어찌 보면 참으로 미련하게 보이고 계획성도 없이 보이지만 그런 여행에서

무언가 느끼면 마치 수렁처럼 빠져들게 되어 있다. 발길 닿는 대로 가서

그곳 풍경에 물들어 보고 그곳에서 또 나의 새로운 존재를 찾아내는 법을

알아낸 다면 어떤 여행보다 값진 시간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틀에 짜인 여행도 나름대로 많은 것을 볼 수는 있겠으나 진정 여행이 가져다 줄

그 무엇을 느끼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겠는지.


  여행, 가끔은 목적지 없이 떠나서 그곳에서 얻는 생소함에 나를 물들여 보자.


......................................................................02:4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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