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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문화·예술

푸른비의 아침인사 #04

by 푸른비(박준규) 2005. 11. 26.

기분 좋은 하루 맞이하셨습니까?


지금 시간은 새벽 4시가 넘었네요.

아침이 오려면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밤이 어머님 제사인 줄 알았는데 오늘(26일00시) 새벽에 지내는 것이더라고요.

하마터면 오늘밤 지낼 뻔 했습니다. 정신을 어디 놓고 사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젯밤 형네 식구 오셔서 음식 준비하고 좀 전에 다 끝냈네요.


매해 지내는 제사지만 지금껏 한 번도 어머님께 제대로 술 한 잔 못 따라 드린

저는 못난 자식이랍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제 손이 불편해

잔을 잘 못 들거든요. 해서 제 형님이 두 번씩 올리곤 했었는데 올해부턴

제 귀여운 조카 녀석들이 제 자릴 매 꾸어 주더군요.

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술잔을 들고 장난 섞인 얼굴로 좋아라 할머님께

술을 올립니다. 너무 귀엽네요. 식사할 땐 삼촌 포크부터 챙겨주는 꼬맹이들.

이제 나이 여섯 살, 다섯 살인데 참 얌전하면서도 역시 아이들다운 천진낭만 함.


그 어린 녀석들 보다 어찌 보면 못난 내 자신을 느끼면 가끔은 힘들어지지만

언제부턴가 모두 부질없는 나만의 자존심이라고 생각이 들어 이젠 그냥

내 장애에 대해선 태연해지려고 몸부림을 치다보니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네요.

30년이 넘게 안고 온 장애인데도 적응하기 힘든 건 사실이지만

이제와 적응 못한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언젠가 들은 얘기 중

‘장애인을 볼 때 그 사람의 장애를 장애로 보지 말고 그 사람만의 개성으로 봐라’

라는 말이 오랜 세월을 지난 지금도 못 잊고 있습니다.

정말 장애인들에겐 공감 가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무엇이던 바라보기 나름입니다.

부정도 시각에 따라 긍정이 될 수 있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들이 아무리 뭐라 한들 나 자신만 떳떳하면 되는 것이고

떳떳한 내 자신에 긍지를 갖고 용감히 살아간다면 두려울 게 없을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용감히 살아보면 어떨까요?

행복의 조건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내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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