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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문화·예술

푸른비의 아침인사 #17

by 푸른비(박준규) 2006. 6. 22.

▲[올 장마는 아무 피해 없이 가거라~~ 정연 마법사! ]

 

기분 좋은 하루 맞이하셨습니까?


어젠 초저녁 까지 장마 비가 내렸습니다. 덕분에 선선한 하루였지요. 드디어 장마철이 시작 되었나 보네요. 장마철 하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과 기분이 드시는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비릿한 비 냄새가 가득했던 며칠’이었다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시골이다 보니 특히 어릴 적엔 자연의 모습 더욱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면 동네 아이들과 열심히 개울이랑 학교 뒷산을 헤집고 돌아다녔었는데 가는 곳마다 비릿한 비 냄새가 배어 있었습니다. 특히 산에서 맡던 그 냄새는 더욱 짙었지만 결코 싫지 않은 향기로까지 느껴졌었습니다. 개울이나 강가에서는 맡던 냄새 역시 향긋했고요. 그래서 장마철엔 그때 그 시절 기억에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물론 비가 많이 내려 다니기 불편하고 최근 들어 비 피해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을 보면 장마철과 태풍들은 반기고 싶지 않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비 오는 수요일 일이 손에 안 잡혀 창밖만 자주 내다보며 하루를 마칠 쯤 지인이 춘천에 일이 있어 잠시 왔다고 연락이 와서 어둑어둑해질 무렵 춘천으로 향했습니다. 춘천 가는 기차란 노래도 있듯이 역시 춘천으로 가는 그 길은 멋있습니다. 특히 어제 같이 비 내린 후라면 더욱 분위기가 느껴지지요. 게다 어릴 적 맡던 비 냄새 역시 실컷 맡을 수가 있습니다. 비록 비에 젖은 아스팔트 냄새도 좀 나긴 하지만 나름대로 맡을 만하지요. 그렇게 춘천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식사 시간이 훌쩍 넘어 9시. 지인과 간단히 요기를 하려고 길가 옆에 있는 한 허름한 피자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유명한 피자집이 아니라 비싸지도 않고 창밖으로 비 내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어 잠시였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피자도 맛이 있고 맘 좋은 주인은 내가 안 돼 보였는지 콜라 값은 안 받더라고요. 이유야 어찌 되었던 콜라 값도 남고 일석이조의 시간이었습니다.


장마란 것이 때론 이렇게 사람마음을 한 없이 여유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저에게 만큼은 장마철 잠시 비가 그친 그 날씨가 너무 좋고 마음도 많이 편해집니다. 우스개 표현으로 좀 착해진다고나 할까? ^^ 여하튼 비온 뒤에 모든 풍경은 아름답습니다. 이제 길게는 한 달 정도 그런 날들을 맞이할 시간이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저만의 생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에 잠시 언급했던 지나친 비와 태풍들로 인해 예기치 않은 재해들이 또 이 시기에 일어나기 때문이지요. 특히 호우지역 저지대에 사는 분들은 이 장마철이 얼마나 두려울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릴 적 저희 집도 해마다 비피해가 장난이 아니었던 때가 있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어려서 그 피해를 입고도 철없이 비를 좋아한 것 같습니다. 철이 좀 많이 없어 보이죠? ㅠㅠ;


어제 내리던 장마 비와 잠시 동안의 사색에 잠길 수 있었던 시간들이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올 장마는 모두가 이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해마다 상처를 남기고 갔지만 올해만큼은 적당히 내리고 태풍도 큰 피해 없이 다녀가서 모두가 안도할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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