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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문화·예술

푸른비의 아침인사 #32

by 푸른비(박준규) 2006. 7. 7.

기분 좋은 하루 맞이하셨습니까?


비는 내리지 않지만 장마철이라 구름이 많이 끼어 그리 덥지 않은 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계절이 계절다워야 좋다고는 하나 이렇게 가끔은 예외인 경우도 있나봅니다.


어제는 목요일이라 변함없이 장학리 할머님 댁을 다녀왔습니다. 할머님을 처음 뵌 지가 작년 06월 말경이었으니까 1년하고도 며칠 지났네요. 독고노인이시기는 하지만 이제 제 친 할머님처럼 친근하게 느껴져서 더욱 편한 분이십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점점 약해지시는 모습니다. 참 가슴이 아픕니다. 요즘은 뇌졸중 초기증상이 있어 약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당신께서도 당신의 행동이 어떻게 나오는지조차 잊을 때가 있다 시면서 근심이 크셨습니다. 혼자 사시면서 당신에게 찾아드는 뇌졸중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크실 까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환한 웃음으로 얘기하시는 것을 뵈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며칠전 텃밭에 심으신 감자를 지난주 일요일 봉사회원들이 들러 캐주고 갔다 하시면서 박스며 비닐봉지에 감자들을 잘 골라 담아 놓으셨더라고요. 그날 온 사람들에게 대접을 못하신 할머님을 돌아가는 사람들 손에 갓 캐낸 감자 한 봉지씩 주셨다 하십니다. 생각 같아선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으셨으나 마음뿐이고 그냥 돌려보낼 수 없어 감자라도 조금씩 들려 보냈노라고 말씀을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저에게도 한 봉 싸주셨고요. 한 두 시간 정도 할머님이랑 수다 떨다가 집을 나셨습니다.


오늘은 속바지만 입고 계셔서 나오시지 말라하고 빠른 걸음으로 나와 차를 몰고 할머니 댁을 지나쳐 가려는데 어느새 지팡이를 짚고 나오셔서 손 흔들며 배웅을 해주셨습니다. 때마침 카오디오 라디오에선 ‘하얀 민들레’라는 곡이 흐르고 있었는데 왜 그리 슬프게 들리던지요. 마치 딸이 엄마를 홀로 두고 (시집)가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지더라고요. 차 룸 밀러로 바라보니 제 가차 사라질 동안 굽은 허리 펴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시던데 정말 기분이 착잡했습니다. 해가 다르게 할머님 마음은 약해지시고 계시다는 게 더 마음 아팠습니다.


그래도 찾아와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아시고 친자식보다 더 다정하게 해주시는 할머님의 모습을 보며 정말 이 세상은 나만의 고집만 갖고는 살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아는 것 또한 많다 해도 자신만 아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입니다. 반대로 가진 것은 없으나 마음이 따듯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일 테고요. 저 역시 성질 더럽고 고집은 최씨 고집 뺨치게 센 놈이지만 우리 장학리 할머님 뵐 때마다 자성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할머님 댁에 다녀올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고요.


오늘 하루는 여러분들도 ‘나’보다 ‘남’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마음으로 매 시간을 가져보내 보시기 바랍니다.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알 수 없는 흐뭇함이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전해져 옴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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