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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

(詩) 물새가 건진 달(月)

by 푸른비(박준규) 2018. 1. 17.

물새가 건진 달()

 

 

옅은 구름이 끼어 달을 볼 수 없는 밤

바람마저 없어 어둠만 번져 있는 밤

나는 달이 보고 싶어 강변으로 나갔지만

강물 속에도 달은 빠져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턱 밑까지 옥죄어 오는 어둠의 압박

그대로는 견딜 수 없어

강에 대고 침묵의 비명으로 악을 써보니

어디선가 파닥이며 날아오는 물새가 보이고

물새 갈퀴에 끌려 파문 이는 강물 속 구름들

그 흩어지는 강물 속 구름 사이로

하얗게 질린 달 하나가 떠올랐다.

그날 밤, 기어코 나는

물새가 건져 올린 달을 보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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