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새가 건진 달(月)
옅은 구름이 끼어 달을 볼 수 없는 밤
바람마저 없어 어둠만 번져 있는 밤
나는 달이 보고 싶어 강변으로 나갔지만
강물 속에도 달은 빠져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턱 밑까지 옥죄어 오는 어둠의 압박
그대로는 견딜 수 없어
강에 대고 침묵의 비명으로 악을 써보니
어디선가 파닥이며 날아오는 물새가 보이고
물새 갈퀴에 끌려 파문 이는 강물 속 구름들
그 흩어지는 강물 속 구름 사이로
하얗게 질린 달 하나가 떠올랐다.
그날 밤, 기어코 나는
물새가 건져 올린 달을 보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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