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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426

(詩) 만취 추억 만취 추억 깊지 않은 밤. 깊은 밤으로 흐르는 시간 기억에서 멀어진 라디오 속 가곡을 들으며 청승으로 그대를 불러 본다. 그래봐야 짧았던 세월. 우리가 남긴 추억은 문장력 좋은 소설가도 원고지 몇 십 장이면 더 이상 글 맥이 막힐 짧은 꿈같은 얘기. 올해 지난여름은 그대가 좋아한 달.. 2016. 10. 18.
(詩) 때론 차라리 - 때론 차라리 때론 손에서 놓아야 행복해질 책이 있었다. 두 세 번을 읽어 낡아진 시집 한 권은 몇 날을 들고 있어도 행복하지만 졸음 묻어나는 장문의 연애소설은 몇 날이 지나도 새 책 냄새 가시지 않으니 차라리 손에서 놓아야 행복했었다. 때론 문을 닫아야 행복해질 그 무엇이 있었다.. 2016. 9. 8.
(詩) 차별에 대한 반성 - 차별에 대한 반성 나비 봄여름 날쌔고 화려한 날갯짓에 매료돼 어느 고장에선 온갖 표현으로 미화하며 너희들의 축제마저 열어주는데 나방 너희는 어두운 밤 어느 작은 집 80촉 전구 빛에도 마지막 삶의 몸부림을 치지만 우리 인간들은 그 꼴마저 보기 싫다며 독하디 독한 약까지 뿌리고.. 2016. 6. 11.
(詩) 여자에게 차여도 싼 남자 - 여자에게 차여도 싼 남자 눈물 흔적도 없이 씻어줄 비가 내리네. 하지만 차디찬 빗물 맞기가 두려워 내 눈과 얼굴은 눈물범벅이 됐지. 이 뚱한 표정으로 그대 찾아나서 볼까? 2016. 5. 3.
(詩) 3월의 상상(想像) 낭비 - 3월의 상상(想像) 낭비 겨울이 갔을까? 봄이 왔을까? 봄이 왔을까? 겨울이 갔을까? 밤새 상상해 봐야 3월 안에는 알 수가 없지.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기(時期) 상상조차 낭비하는 셈일 테니까. 2016. 3. 15.
(詩) 절름발이의 도시소풍 가던 날 - 절름발이의 도시소풍 가던 날 도시에 사는 사람들 다리엔 날개가 달린 것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에서도 사뿐사뿐 잘도 피해 다니니 사람들 다리엔 진정 날개가 달린 것일까? 도시엔 느릿느릿 봄이 온다고 하여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도시소풍을 나갔더니 봄은 너무 느려 보이.. 2016. 3. 2.
(詩) 허무 공상 - 허무 공상 언젠가부터 가을과 겨울이 공존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가을이 겨울에 자리를 틀고 앉은 것일까? 가을을 상징하던 낙엽은 이제 봄이 올 무렵까지도 땅 위에서 뒹굴고 한 겨울 내리는 눈(雪)도 수북이 쌓인 낙엽더미에만 쌓이다 녹아 버리니 그렇게 가을은 이미 겨울을 포섭.. 2016. 1. 28.
(詩) 탐욕 예찬 - 탐욕 예찬 적막한 집안에 며칠 째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과 낮에는 집을 비워 들을 수 없지만 깊은 밤과 새벽에는 수면을 방해할 만큼의 큰 소리로 욕실의 울림을 타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한 때 저 소리는 너와 내가 세속에 찌든 몸을 씻고 나왔을 때 욕실서 잠시 나다.. 2016. 1. 21.
(詩) 마중의 조건 - 마중의 조건 내 기억 한 모퉁이에서 뿌연 먼지 뒤집어쓰고 자리하던 이여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언젠가 내게 다시 돌아오려거든 한겨울 흰 눈 닮은 모습으로 돌아와라. 크고 예뻤던 눈에 저승사자 그림자 색 같은 마스카라로 덕지덕지 색칠하지도 말고 간밤, 우리의 뜨겁던 대화에 홍조 띤.. 2016. 1. 18.
(詩) 가을비 - 가을비 가을비는 눈물을 닮아 있어 아프다. 따스한 봄비에서는 느낄 수 없고 시원한 여름비에서도 느낄 수 없고 차가운 겨울비에서는 더 느낄 수 없는 그것 차갑지도 따스하지도 않은 가을비는 여름과 여름내 푸르던 나뭇잎, 가을 단풍들을 굵은 눈물처럼 뚝뚝 떨구고 있으니 슬프다. 덩.. 2015. 11. 14.
(詩) 바람향기 바리케이드 - 바람향기 바리케이드 여름 가고 가을 오는 듯하다 가을 거슬러 다시 여름 오는 듯하더니 뜬금없이 초겨울 바람이 분다. 화장기 없어도 찬바람에 날리던 그대 맑은 살 내음 같은 향기 여름 가고 가을이 와야 할 길목에서 초겨울 바람 되어 불고 있다. 저 길목을 지나서 내 집으로 가야하는.. 2015. 10. 10.
(詩) 여름 후유증 - 여름 후유증 일 년에 네 번에서 여덟 번 매년 맞고 보내는 계절이지만 각 계절들을 보낼 때에는 그 계절만이 남긴 후유증에 아프다. 그 중 여름을 보낼 때에는 횡 하게 변해가는 저 넓은 들판과 나지막이 봉긋 솟아 옷 갈아입는 처녀 젖가슴 같은 저 야산(野山)들의 유혹이 여름이 남기는 .. 2015. 8. 16.
(詩) 고양이의 가르침 #01 - 고양이의 가르침 #01 고정된 자세로 앉아 무언가를 응시하는 고양이 바람과 시간의 흐름마저 멎게 하는 구나. 나비처럼 사뿐 뛰어 오를 수 있는 유연한 몸에서 어찌 저런 끈기와 무게가 느껴지는지. 오래 전 케케묵은 추억 하나에도 갈대보다 더 잘 흔들리는 나 너에게 배울 것이 하나 생.. 2015. 7. 1.
(詩) 가끔은 - 가끔은 얼마를 기다렸던가? 새봄, 돋다만 새싹들 푸름 한 번 못 바라고 시들어 죽길 몇 주(週) 초여름 입새에서 빗줄기 흐르니 갈증으로 갈라진 대지에도 이제야 푸른 핏기 돌겠구나. 메마른 땅과 말라가는 강 마른 바람에도 타버릴 것만 같던 산 오늘 밤 내리는 비는 말라비틀어진 오색 .. 2015. 6. 26.
(詩) 재앙 도미노 - 재앙 도미노 며칠 밤 우윳빛 속살로 시시탐탐 날 유혹하던 창문 밖 달팽이 한 마리 오늘 밤엔 보이지 않아 창가로 다가가보니 바짝 마른 집을 등에 지고 뒤집어져 있었네. 지난겨울부터 가뭄이 타오르더니 이 초여름, 끝내 한 생명을 앗아갔구나. 재앙의 도미노를 시작이라도 하듯 2015. 6. 11.
(詩) 그리움 바로 알기 - 그리움 바로 알기 그리움에도 유효기간이 있나보다. 하루, 이틀, 삼일 기억에서 헤아릴 수 있는 날들 동안에는 밤낮없이 그대가 그립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내 머리로는 계산 할 수 없는 날부터는 거짓말처럼 그대가 그립지 않을 걸보니 그리움에도 유효기간이 있나보다. 그리고 그리움.. 2014. 4. 26.
(詩) 밀물 사랑 - 밀물 사랑 또 그리워질 줄 알았지. 시간이 지난다고, 세월이 흐른다고 그리움도 지나고 흘러버리진 않을 터 또 그리워질 줄 알았지. 참 사람다웠던 그대 사람다운 것의 표본이었던 그대 그 표본의 기준이 비록 다를지라도 적어도 내게는 절대 진리였던 그대 또 그리워질 줄 알았지. 사람.. 2014. 1. 26.
(詩) 굳은 생각 - 굳은 생각 서서히 생각이 굳어 가고 있어. 어수선한 이 별 어느 곳에도 아주 오래 전 그대와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이른 아침 안개와 한낮의 햇살과 저녁노을을 보며 하루를 감사하는 그런 순수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 세상은 변한지 오래여서 안개와 햇살과.. 2013. 12. 7.
(詩) 이런 겨울엔 - 이런 겨울엔 코끝 싸하게 아리는 겨울이면 무작정 그대를 마중하고 배웅하고 싶다. 걸어서도 좋고 버스여도 좋고 지난 세월만큼이나 긴 기차를 타고 와도 좋을 그대 작은 손 마주 잡고 우리의 짧은 인연만큼의 길을 걷다가 기약 없는 이별을 할지라도 코끝 싸하게 아리는 겨울이면 무작.. 2013. 12. 3.
(詩) 한 가지 - 한 가지 세월 따라 가는 것도 많더라. 계절의 순간순간은 새롭지만 머지않아 세월 따라 가버리고 그 세월도 계절에 묻혀 가버리고 시간이란 놈은 세월의 원동이라 잡을 수 없고 그렇게, 그렇게 모든 것은 가버리더라. 그게 자연의 순리다. 그래도 믿었던 한 가지 내게선 떠나지 않을 것 .. 2013. 10. 3.
(詩) 침묵 막기 - 침묵 막기 침묵을 깨고 입을 열어다오. 침묵이란 형체 없는 무기로 무장하고 내 목을 조여 오는 그대여. 그대는 침묵으로 날 조이고 있지만 그대가 입을 여는 날 내 입술로 그 입을 다시 막고 순간 휘몰다 사라지는 뜨거운 바람이 되리라. 2013. 9. 3.
(詩) 달맞이꽃 - 달맞이꽃 달맞이꽃 필 무렵이면 조용한 강변을 걷고 싶네. 피어오른 물안개에 둥근 달 보이지 않더라도 달맞이꽃의 애틋함이 아름다운 어느 강변을 걷고 싶네. 무엇이 그리 수줍어 온종일 가리고 있던 얼굴 밤이 돼서야 달을 바라며 얼굴 내미는지 그 수줍음이 너무 예쁜 꽃 이 여름 다 .. 2013. 6. 19.
(詩) 종지부와 줄임표 - 종지부와 줄임표 가끔은 내 삶에 종지부를 찍는 꿈을 꾸지. 희망도 꿈도 절망도 얇은 종잇장 같이 느껴질 때 그 느낌이 지루하게 길어질 때 가끔은 비수보다 날카로운 내 이성으로 내 삶에 종지부를 찍는 꿈을 꾸지. 하지만 꿈에서 깨어보면 그 종지부는 이미 점점이 이어져 길고 긴 줄.. 2013. 5. 23.
(詩) 봄비 - 봄비 얼마나 차가웠던가? 지난겨울 내내 소스라칠 정도로 얼마나 차가웠던가? 한 방울의 빗물이 아닐지라도 내딛는 발걸음마다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르던 얼음장 같은 감전(感電) 그래도 세월은 흘러서 봄은 오는 건지 온몸 구석구석 검게 타버린 살갗에도 간질간질 부스럼이 돋는.. 2013. 4. 24.
(詩) 작은 웅덩이 - 작은 웅덩이 나는 한 달에 한 번 작은 웅덩이가 되고 싶네. 바다는 헤퍼 보여 싫고 강은 무딘 것 같아 싫고 내 몸 누일 수 있는 만큼의 넓이와 깊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담한 크기의 웅덩이가 되고 싶네. 그리고 한 달 내내 달아오른 몸으로 뜬 보름달 오늘 밤이면 지나면 그 붉은 절정.. 2012. 12. 30.
(詩) 십일월의 비 - 십일월의 비 십일월의 비가 내린다. 가을을 정리해 떠나보내고 겨울을 눌러 앉히는 11월의 비. 하지만 가을은 이 비가 내리기 전 이미 끝났고 그댈 기다리던 내 설렘도 이 비에 쓸려내려 갔다. 그렇게 십일월의 비는 겨울을 눌러 앉히고 있다. 2012. 11. 11.
(詩) 일회용 희망 - 일회용 희망 마지막 가을이 끝나고 있다. 마지막 겨울을 부르며 마지막 가을이 끝나고 있다. 지나간 마지막 여름은 지나간 마지막 봄을 그립게 했고 지금 끝나가는 마지막 가을은 머지않아 다가올 겨울 안에서 또 그리워지게 할 것이다. 올해의 마지막 가을은. 그리고 마지막 겨울은 느.. 2012. 11. 4.
(詩)그대 바라기 그대 바라기 바람이 휘모는 대로 낙엽이 구르는 대로 햇볕이 비추는 대로 달빛이 비추는 대로 별들이 빛나는 대로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나는 한곳에 앉아서 흔들림 없는 정조로 그대 바라기를 하고 있네 2012. 10. 21.
(詩) 인연 놓기 인연 놓기 어차피 이어지지 못할 인연이라면 이쯤에서 인연 놓기를 하자. 아니, 이어지는 인연일지라도 우리는 언젠가 멀어질 사이니 이쯤에서 인연 놓기를 하자. 사람의 인연은 서로가 서로의 장점만 찾게 될 시점부터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것. 그것을 눈치 챘다면 서둘러 인연 놓기를.. 2012. 10. 19.
(詩) 비몽사몽 삶을 바라다 - 비몽사몽 삶을 바라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잠 부스스 눈 비비고 일어난 아침 서서히 맑아져 오는 정신 그 과정에 하루는 시작되고 한낮 뜨겁게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하루의 중심을 세운다지만 광활한 우주 속 먼지 같은 나는 잠시 붙어 있을 곳 없어 헤매다보니 매순간이 비몽사몽이구.. 2012.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