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426

(詩) 바람의 길목 - 바람의 길목 문득 바람이 잘 통하는 길목엔 봄이 먼저 올까하는 생각에 다시 잠을 설친다. 어릴 적부터 봄은 산과 강을 지나 마을 구석구석 자리 잡기까지 바람을 타고 다닐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2월의 바람이 자리 잡은 시기 겨울인지 봄인지 아직은 단정 지을 수 없어 .. 2018. 2. 15.
(詩) 오일장(五日場) - 오일장(五日場) 하늘 맑은 날 오일장 안을 배회하다보면 수없이 많고 다른 사람들 모습에 울컥울컥 삶에 대한 애착이 생길지도 몰라. 혹시 알아? 수십 년 전 동창생 여자아이가 중년의 아줌마 되어 나에게 아는 척 해줄지 말이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약속된 날짜엔 어김없이 열리는 작.. 2018. 2. 14.
(詩) 이뤄지지 못할 안구정화 - 이뤄지지 못할 안구정화 어떤 이유이던 눈물 한 바가지 흘리고 세상을 보면 맑고 따뜻한 것들만 보이면 좋겠네. 수십 년 살면서 탁하게 변해버린 내 눈동자와 그 눈동자의 빛과 일치하는 내 마음. 어떤 이유이던 눈물 한 바가지 흘리고 세상을 보면 맑고 따뜻한 것들만 보이면 좋겠네. 2018. 2. 13.
(詩) 비겁한 발걸음 - 비겁한 발걸음 내 집으로 가는 길에 겨울 태풍 같은 바람이 종일 불어댔다. 차갑기도 얼음 뺨칠 정도의 한풍(寒風) 그 바람에 내 집으로 가는 길엔 아무도 없다. 간혹 저 멀찍이서 바람에 꼬리 감추며 날 따라오는 듯한 야윈 길고양이 한 마리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사람은 없다. 그럼 저 .. 2018. 2. 12.
(詩) 달리 보기 #01 - 달리 보기 #01 들풀과 들꽃 자연에만 의지하고 짧은 한 평생 살다 지는 목숨들 강하게 자랐다고 오래 사는 것도 아니고 힘들게 목숨 유지하다가 세찬 바람이나 빗물에 맥없이 생명줄 놓기 일쑤의 운명이지만 사람들은 그것들을 억척스러운 상징이라 정의한다. 달리 보면 온실 속에서 자.. 2018. 2. 9.
(詩) 허무한 넋두리 - 허무한 넋두리 몸서리 쳐지게 추운 계절 길고양이와 집고양이의 처지를 생각하면 내 인생과 부자(富者)들의 인생이 교묘하게 오버랩 돼 아파온다. 운 좋은 집고양이들의 묘(猫)생과 운 없는 길고양이들의 묘생이 불혹을 넘긴 나에게 비수(悲愁)가 돼 꽂힐 줄이야. 나는 비수 꽂힌 마음을.. 2018. 2. 8.
(詩) 벚꽃나비 - 벚꽃나비 완연한 봄이 오기도 전 나풀거리는 나비가 보고 싶어 나지막한 언덕에 올라 물끄러미 아래를 내려다보니 봄 마중 위해 일렬로 늘어선 벚나무들 나를 위로 하듯 일제히 춤을 추며 연분홍 벚꽃나비들을 날려주네. 2018. 2. 7.
(詩) 물든다는 것 - 물든다는 것 태어나 세상을 살면서 아이 적 해맑은 마음을 잃지 않고 이 별을 떠나는 날까지 품고 산다면 그 한 평생은 물질적으로 이룬 건 없어도 행복했다 말할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세속(世俗)에 물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법. 세월이 흐를수록 세속에 물들기는 쉬.. 2018. 2. 6.
(詩) 2월의 하루 - 2월의 하루 대지가 얼고, 대지가 녹고 나무가 얼고, 나무가 녹고 강물이 얼고, 강물이 녹고 얼고 녹는 반복 속에서 겨울은 갈 채비를 하고 봄은 올 채비를 하며 2월의 짧은 일(日) 수는 어느 달(月)보다 분주히 지나가겠지. 짧지만 두 계절이 공존(共存)하는 달(月) 2월의 하루하루는 긴 겨.. 2018. 2. 4.
(詩) 계절 추월 - 계절 추월 겨울이 깊을수록 봄을 그리는 마음도 깊어지니 마음은 늘 한 계절을 앞서 가는 구나 2018. 2. 3.
(詩) 별의 빈 자리 - 별의 빈 자리 살면서 수없이 많이 받았던 아픔, 상처, 이별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의 기억들이 밤하늘에서 떨어져 나간 어느 이름 없는 별의 빈 자리마냥 내 마음, 내 머릿속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으면 좋겠네. 2018. 2. 2.
(詩) 그리워하기 좋은 계절 - 그리워하기 좋은 계절 그대가 그리운 계절은 겨울과 봄이다. 여름 그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그대를 안고 사랑할 자신이 없고 가을 이른 새벽녘 아침햇살에 흔적 없이 증발하는 첫서리처럼 떠나는 그대 종일 자리에 누워 원망하느라 그리워할 시간이 없어 그대가 그.. 2018. 2. 1.
(詩) 겨울풍경 #14 - 겨울풍경 #14 눈 덮인 저 들판에서 하얀고양이와 검은고양이가 숨바꼭질을 하네. 억울한 검은고양이의 눈빛 쌓인 눈을 모두 녹일 기세구나. 2018. 1. 31.
(詩) 발 밑 물고기 - 발 밑 물고기 겨울보다 혹독한 계절이 또 있을까?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도저히 걸어서 건널 수 없는 저 강을 며칠 만에 얼려 뚜벅 뚜벅 건널 수 있게 만들어 놨으니 겨울보다 혹독한 계절이 또 있을까? 그래도 강물 속 물고기들은 내 발자국 밑에서 봄이 오길 기다리겠지. 2018. 1. 30.
(詩) 바람을 위한 바람 - 바람을 위한 바람 가끔은 계절이 멈춰 있길 바랐다.(Want) 사계절 중 어느 한 계절을 욕심내는 건 아니다. 풋풋한 내음 가득한 봄이던 후끈한 열기 가득한 여름이던 서늘한 바람 가득한 가을이던 차디찬 공기 가득한 겨울이던 그냥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 그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 2018. 1. 29.
(詩) 고양이 눈 - 고양이 눈 고양이 눈을 무서워하지 마라. 하얀 대낮, 검은 눈동자 날카로운 칼눈 되어 노려볼지라도 고양이 속 모르는 사람아 고양이 눈을 무서워하지 마라. 어둠이 깊을수록 대낮에 날카로던 칼눈은 동글동글 옥구슬이 되고 그 검은 옥구슬이 들어 있는 고양이 눈 속에는 때 묻은 이 별.. 2018. 1. 28.
(詩) 공생(共生)의 역행 - 공생(共生)의 역행 사람 붐비는 버스터미널 앞 작은 광장의 여러 마리의 비둘기가 오가는 객(客)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마중과 배웅을 하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들 곁엔 정작 마중과 배웅하는 사람은 없고 그 빈자리는 비둘기가 차지한지 오래다. 하지만 그들의 대가 없는 .. 2018. 1. 27.
(詩) 그대에게 가는 길 #03 - 그대에게 가는 길 #03 미소 지으며 가볼까 노래 부르며 가볼까 춤을 추면서 가볼까 침묵 머금고 가볼까 슬픔 비추며 가볼까 눈물 흘리며 가볼까 정작 나서려하니 그대에게 가는 길은 안개 속 미로 같구나. 2018. 1. 26.
(詩) 죄와 별 - 죄와 별 매서운 찬바람에 눈에 불을 켜고 무섭게 내려다보는 겨울 밤하늘 별들의 눈(目) 어린 시절 어느 한 때는 그 별들의 눈이 무서워 밖을 나가지 못했다. 겨울 밤하늘의 별들은 왜 유난히도 또렷하게 빛을 바라고 있었을까? 지은 죄라고는 부엌 찬장 위에 놓인 동전바구니에서 엄마 .. 2018. 1. 25.
(詩) 동성애 예찬 - 동성애 예찬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성별(性別)이 무슨 상관일까? 무뚝뚝한 너는 내게 사랑한단 표현을 안 하지만 밤마다 나는 너를 향해 사랑 고백을 하고 있으니 어딘가 모를 서운함이 앞선다. 무더운 여름 네 모습보다는 이렇게 차가운 겨울밤 너의 반짝이는 알몸이 더 사랑스럽게 느.. 2018. 1. 24.
(詩) 겨울의 한계(限界) - 겨울의 한계(限界) 겨울은 땅을 얼리고 강물을 얼리고 나무들을 얼리고 걸인(乞人)의 뜨겁던 심장까지 얼어붙게 하면서 여름 숲 닮은 그대 그리워하는 철없는 내 마음은 얼리지 못하는구나. 2018. 1. 23.
(詩) 봄을 위한 산통 - 봄을 위한 산통 봄을 기다리는 설렘은 다른 계절을 기다리는 설렘보다 특별하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 더위에 지치지도 서늘한 외로움도 차가운 이별들도 없는 계절 함박웃음만으로도 꽃이 되고 야릇한 눈빛 하나에도 내 마음 녹아내리는 그대 닮은 봄에 대한 설렘은 다른 계절을 기.. 2018. 1. 22.
(詩) 도둑이 제 발 저린 날 - 도둑이 제 발 저린 날 내 앞에서 나를 보며 검은머리 짐승 한 마리가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순간 내가 무슨 잘못을 했을까? 전생에 죄를 지었을까? 오금이 저릴 만큼의 공포 식은땀이 등을 적셨다. 그 짐승은 거대하고 빨랐다. 크고 두터운 네 발 그 발들에 감춰진 날카로운 발톱 그 발로 .. 2018. 1. 21.
(詩) 허무한 깨달음 #01 - 허무한 깨달음 #01 눈 쌓인 이른 아침 아무도 밟고 지나가지 않은 하얀 길 위에 내 손가락 두 마디만한 고양이 발자국 네가 나보다 더 빨리 밥벌이를 나가다니 고양이에게 머리 숙여지는 아침이구나. 2018. 1. 20.
(詩) 계절의 소리 - 계절의 소리 겨울은 조용한 계절이다. 숲에선 잎들의 노래 소리가 사라졌고 강변에선 찰랑이던 물결이 자갈돌 때리는 소리도 사라졌다. 겨울은 바람소리마저 음침하다. 가을은 시끄러운 계절이었다. 여름 열기 식히는 바람소리와 밤마다 겨울을 불러대는 귀뚜리 부자(父子)의 징징대는.. 2018. 1. 19.
(詩) 계절이 남기는 미련의 길이 - 계절이 남기는 미련의 길이 겨울도 이제 중간을 지나고 낮이 밤보다 조금씩 더 길어지는 요즘 짧아지는 겨울만큼 겨울이 남긴 질퍽한 미련의 길이는 반대로 길어지고 있다. 이것은 비단 겨울 때문이라기보다 계절과 계절이 교차하기 직전의 찰나 그 묘하고도 지루한 시간 이 시간을 버.. 2018. 1. 18.
(詩) 물새가 건진 달(月) - 물새가 건진 달(月) 옅은 구름이 끼어 달을 볼 수 없는 밤 바람마저 없어 어둠만 번져 있는 밤 나는 달이 보고 싶어 강변으로 나갔지만 강물 속에도 달은 빠져 있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턱 밑까지 옥죄어 오는 어둠의 압박 그대로는 견딜 수 없어 강에 대고 침묵의 비명으로 악을 .. 2018. 1. 17.
(詩) 안개 숲의 실체 - 안개 숲의 실체 울창한 나무들과 서로 뒤엉켜 몸 부비는 풀들이 우거진 숲속에는 여러 개의 눈(目)들이 있다. 쉽게 눈에 띠지 않는 여러 개의 눈 때문에 이 숲속에선 비밀이 많다. 나를 감추고, 내 말을 감추고 보이지 않는 눈들의 눈치를 보며 숲속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안개 숲은 나만.. 2018. 1. 16.
(詩) 계절의 길목 - 계절의 길목 내 집으로 가는 길은 정해져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길은 외길이었지만 지금은 실핏줄처럼 길들이 뚫려 전보다는 길들이 늘어났다. 그래도 집으로 가는 길들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계절이 오가는 길목은 어느 곳일까? 꽃이 핀 길이라 하여 그곳이 봄이 오는 길.. 2018. 1. 15.
(詩) 1월의 겨울 숲 1월의 겨울 숲 겨울 숲에는 여름과 가을 숲이 벗어 놓은 미련이 있었다. 여름내 뜨겁던 태양 푸른 잎은 제 몸 바래가며 앙상한 가지를 가려주고 가을이 깊을수록 뚝뚝 땅으로 떨어져 다시 나무 밑에서 썩어 거름이 되는 운명 잎은 그렇게 한 나무에게 미련의 목을 매고 있었다. 하지만 겨.. 2018.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