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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블로그 포스팅 ]/푸른비 단상426

(詩) 인생의 천적 - 인생의 천적 작은 방에 걸린 커다란 둥근 벽시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초침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초침에 자갈을 물려 시간 흐르는 소리는 안 들렸지만 같은 숫자를 돌고 도는 바늘들과 점점 쇠약해 지는 나의 의지력에서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른다는 걸 알았다. 순간, 울컥하는 객기에 .. 2018. 1. 13.
(詩) 별들의 혹한기 월광욕 - 별들의 혹한기 월광욕 별은 하늘이 차가울수록 또렷이 빛난다. 습한 여름하늘 안개 잦은 늦봄 하늘 풀벌레소리에 귀 간지러운 가을하늘보다 코끝 찡하고, 눈물 핑 돌만큼의 차가운 겨울 밤하늘 별들이 달빛에 반짝이는 처마 끝 수정고드름 만큼이나 또렷하다. 별들에겐 이 혹한기(酷寒.. 2018. 1. 12.
(詩) 봄을 향한 자전 - 봄을 향한 자전(自前) 눈(雪) 내리는 것을 보면 눈(目)이 아파온다. 설상 바람이라도 타고 올라가는 눈을 보면 눈이 시려온다. 겨울 눈이 많아 눈이 많이 아픈 계절 내 좋아하는 밤하늘 한구석에 소심히 반짝이던 회색별 하나 그 별마저 눈 내리는 밤엔 볼 수 없어 내 눈이 슬프다. 눈 때문.. 2018. 1. 11.
(詩) 달의 덫 - 달의 덫 며칠 한파에 얼어붙은 북한강 얼음은 두껍지 않아 강 한가운데는 푹 파인 웅덩이다. 채 녹지 않은 눈(雪)은 강물 위에 밭(田)을 만들고 그 밭 한가운데 패인 웅덩이엔 노란 달이 빠져 바람에 허우적거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 웅덩이는 달을 포획할 덫이었다. 일편단심일거라.. 2018. 1. 10.
(詩) 별을 세지 않는 이유 - 별을 세지 않는 이유 어느 해 여름 초저녁 그대를 멀리 떠나보내고 오는 길 다리가 아파 잠시 머물렀던 북한강변 강 건너 산봉우리에는 무서울 정도의 붉은 노을이 저녁 산을 불태우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던 그날 밤 수차례 누웠다가 앉았다가 주체하지 못하고 창문을 열어 반짝이는 .. 2018. 1. 9.
(詩) 때늦은 고해 - 때늦은 고해 1981년 초가을 즈음 나는 아무도 모르게 살생을 했었다. 그 일은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리다면 어린 나이였던 그 시절 나는 그들의 부지런함이 질투 났었을까? 아니면 그들의 다음해(年)에 대해 궁금했을까? 지금도 그때의 살생에 대한 이유는 알지 .. 2018. 1. 8.
(詩) 소낙눈 - 소낙눈 오늘밤 폭설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에 내 마음에 나 있는 여러 길들이 우려됐다. 차라리 비가 내린다면 주르륵 한 번 씻겨 내려가고 마른다지만 눈이 쌓이면 그것도 미로와 같은 내 마음 속 길들에 대책 없이 눈이 쌓인다면 그 눈들 녹을 동안 나는 내 마음 어느 한 구석에 갇혀 시.. 2018. 1. 7.
(詩) 달의 먼지 - 달의 먼지 밤하늘 촘촘히 박힌 별들이 달이 부서져 흩어진 달의 흔적이라고 믿었던 때 어느 날, 둥글게 차오른 보름달을 보고 배신감이 들었지. 그 후로 나는 밤하늘 촘촘히 박힌 별들은 바람이 달을 흔들 때 날린 먼지 자국이라 믿었네. 세월이 흐를수록 까맣게, 까맣게 흔적도 없이 사.. 2018. 1. 6.
(詩) 달맞이꽃에 대한 비애(悲哀) - 달맞이꽃에 대한 비애(悲哀) 언젠가 달맞이꽃 필 무렵 그 계절 한적한 강가를 좋아했었다. 종일 달을 기다렸을 달맞이꽃 달이 강물 위로 뜨고 그 달빛 녹아든 물결에 더 화사하게 빛나던 달맞이꽃 한적한 강변에서 그 둘의 연애질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걸 좋아했었다. 하지만 그 둘의 .. 2018. 1. 5.
(詩) 겨울 달을 보다가 - 겨울 달을 보다가 어릴 적부터 달을 보면 외로워 보였다. 어두운 밤엔 해도 없고, 구름도 안 보이고 하늘을 가로 질러 날던 새들조차 없으니 어두운 밤 달을 보면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횟수가 줄고 자연히 별 볼 일 없는 날들이 늘.. 2018. 1. 4.
(詩) 같이 앉지 못할 동석 - 같이 앉지 못할 동석(冬席) 겨울이 든 자리엔 어느 것도 머무를 수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얼고 녹는 자리 한 계절을 그렇게 그 자리는 분주해 겨울이 든 자리엔 어느 것도 머무를 수 없다. 내 안에 있는 그대 온종일 같이 앉아 있고 싶은 그대 밤낮으로 나를 휘젓는 것처럼 하루가 멀다 .. 2018. 1. 3.
(詩) 대화의 파문 - 대화의 파문 철새조차 보이지 않는 이 겨울 나는 무엇을 찾으려 이 강(江)둑에 서있을까? 보이는 것이라곤 바람에 울렁이는 파문 언젠가 꿈에서였던가? 유리처럼 맑던 그대와 나누었던 숱한 대화들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지금 저 파문에 묻혀 울렁임에 바쁘다. 때문일까? 그 많던 그대와의.. 2018. 1. 2.
(詩) 한 철 사랑 - 한 철 사랑 사랑은 계절 같은 것인지도 몰라. 따뜻한 봄 같은 사랑 뜨거운 여름 같은 사랑 땀을 식혀줄 가을 같은 사랑 차디찬 겨울 같은 사랑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 사랑도 한 계절과 같다는 것. 따뜻하다 뜨거워지고 뜨거워졌다가 서늘하게 식었다 다시 따뜻해지는 반복이면 좋으련만.. 2018. 1. 1.
(詩) 내리다 - 내리다 비가 내리다 눈이 내리다 눈이 내리다 비가 내리다 봄인가하니 겨울이고 겨울인가 하니 봄인 듯하니 가뜩이나 심난한 마음 계절마저 나를 어지럽구나. 지난여름이 남기고 간 열기 영원히 식지 않을 것 같더니 계절도 간사한 인간을 닮아 이렇게 나를 어지럽히는구나. 언젠가 만.. 2017. 12. 31.
(詩) 미로 역행 - 미로 역행 올겨울은 겨울과 봄의 거리가 줄었다가 고무줄처럼 다시 늘어나는 것 같아. 12월이 가기도 전에 집 앞 푸른 강이 하얗게 얼더니 1월이 오려하니 쩍, 쩍 물에 금 가는 소릴 내며 녹고 있으니 말이야. 그래, 가끔은 사람이 계절을 닮던 계절이 사람을 닮던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오.. 2017. 12. 29.
(詩) 소유와 무소유에 대한 단상 - 소유와 무소유에 대한 단상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무조건 득(得)인줄로만 알았다. 유년기에는 나의 분신과도 같은 엄마 다음으로 장난감을 청년기에는 자전거와 읽지도 않는 몇 권의 책들과 음반들을 소유했고 장년기에는 운명에도 없는 좋은 사람을 소유하고 싶었.. 2017. 12. 19.
(詩) 너에게 가는 길 #02 너에게 가는 길 #02 너에게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삼백육십오일 시시때때로 꾸는 하얀 꿈에서는 눈 감고도 찾아갈 것 같더니 막상 너를 찾아 떠날 땐 그 길은 멀고도 험해 절뚝이는 내 발이 차마 떨어지질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 또 다른 네가 네게 오지 말라고 내 발을 잡는 듯이 발이.. 2017. 12. 4.
(詩) 마중을 위한 계절 - 마중을 위한 계절 저 하얀 산을 넘고 산길 굽이굽이를 돌아 내게 올 것 같은 그대 오늘은 마중 나가 볼까? 온종일 헛된 기다림으로 내 몸 꽁꽁 얼지언정 오늘은 그대 마중 나가 볼까. 하지만 그대 오기엔 너무나 차가운 계절 그대, 그토록 좋아하던 빗물마저 얼려버릴 이 계절 낮에 잠시 .. 2017. 11. 27.
(詩) 나는 벌써 새봄이 그립다 나는 벌써 새봄이 그립다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하순(下旬) 아직 첫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나는 벌써 새봄이 그립다. 눈 내리는 겨울밤의 낭만이야 먼 그대가 짓던 미소의 따뜻함일 뿐 그 따뜻함은 겨울바람에 금방 식고마니 나는 벌써 새봄이 그립다. 먼 그대의 미소 식는다 해도 차.. 2017. 11. 20.
(詩) 오늘 비가 남긴 것 오늘 비가 남긴 것 새벽 잠결에 들리던 빗소리 꿈속에서 그 빗물은 여름내 달궈진 들녘을 적시고 나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그 들녘 저편에서 내게 손 흔드는 너에게로 뛰어 갔다. 얼마 만이었던가? 아니면 처음이었던가? 동화 속에서나 읽고 보았던 천사 그 이상의 순수한 마음을 가졌을 것.. 2017. 8. 16.
(詩) 분실 악몽 - 분실 악몽 나는 어릴 적부터 주머니 많은 옷을 입었다. 주머니가 많지 않으면 주머니 깊이가 깊은 옷으로 입기 좋아했다. 그리고 그 주머니들 속에는 갖가지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연필, 메모지, 동전, 구술, 사이다 병뚜껑 등 동전 빼고는 그리 쓸모없는 것들을 넣고 다녔다. 흐.. 2017. 8. 8.
(詩) 동병상련 #12 동병상련 #12 한 소절 노래라도 부를 줄 알았더라면 어딘가 숨어 있을 너를 불러 보았을 것을 파닥거리는 날갯짓이라도 할 줄 알았더라면 너에게 다가서기 쉬웠을 것을 비관(悲觀)의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외기러기 한 마리가 나를 비웃으며 날아가네. 2017. 6. 11.
(詩) 눈물이 나도록 - 눈물이 나도록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걸었다는 것은 나에겐 소통이었다. 나 아릴 적 코흘리개 시절 철없이 착하기만 했던 친구들 그들의 손은 따뜻하기만 했고 그들과 걷는 다는 차체가 우리에겐 소통이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는 것은 나에겐 사랑이었다. 나 아릴 적 코흘리개 시.. 2017. 5. 12.
(詩) 세상보기 세상보기 해가 저무는 시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하늘도 그냥 바라보는 것과 깨끗이 얼굴을 씻고 한나절 텁텁했던 입안을 닦고 어린 시절 속옷 바람에 엄마 몰래 나가 골목을 뛰어다니던 그런 맑은 기억 떠올리며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한 겹의 종잇장 차이다. 긍정.. 2017. 4. 19.
(詩) 겨울나무에게 겨울나무에게 앙상하기 그지없고 초라하기 그지없고 볼품없기 그지없이 겨우내 한 자리에 서서 누굴 기다리지도 않으면서 누굴 기다리는 척을 하며 한 계절 반을 자포자기한 나무 너는 참 나를 닮았구나. 아무도 봐주지 않는 봐줘봐야 혀만 차고 지나갈 헛된 생(生) 너는 참 나를 닮았구.. 2017. 2. 7.
(詩) 저장강박증 탈피에서 온 후유증 저장강박증 탈피에서 온 후유증 오래 전에 나는 버리는 것에 인색했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쓰레기로 취급했을 라면봉지마저 언젠가 사용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버리지 못했고 나무젓가락이나 일회용 수저 등도 욕심을 넘어선 집착으로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사람에게서 염증을 .. 2017. 1. 18.
(詩) 미움 바래기 미움 바래기 가끔은 그리워해도 될 때가 있지. 가끔은 보고파 해도 될 때가 있지. 하지만 가끔도 미워할 때는 없는 거야. 만일 미워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대상과 아직 진정한 이별이 안 된 것. 그 대상을 미워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어제보다 조금 더 오늘보다 조금 더 .. 2017. 1. 17.
(詩) 몹쓸 자위 - 몹쓸 자위 겨울바람에 눈물이 흘러 걸을 수가 없네. 내 눈이 잘못된 걸까? 겨울바람이 차가워 그런 걸까? 바람이 불어 눈물이 흐르다니 분명 정상은 아니지. 그래도 어제 연인과 이별하고 눈물 짜는 친구 놈보다 내 눈물이 파리 코딱지만큼은 더 순수하지 않을까?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 2017. 1. 2.
(詩) 위험한 걸음 - 위험한 걸음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도대체 몇 걸음을 걸어야 그대 앞에 다가설 수 있을까? 빛 하나 없는 어두운 길 그것도 초행길에서 맞는 어둠 그 낯설고 두려운 순간은 차라리 밝아올 아침이 있어 견디겠지만 실체도 없고 형체도 모르는 그대를 향한 내 걸음은 갓난쟁이 아기의 .. 2016. 12. 29.
(詩) 돌연변이 그리움 - 돌연변이 그리움 가을 길목에서는 그러지 말라 해도 그대가 그리워진다. 고질병이지만 순간적 그리움이라서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른다. 만성 그리움이었다면 나조차 나에게 지쳐 토하고 쓰러졌을 일 처음 보는 낯선 이와 밥 먹다가 급체해 식당 화장실로 뛰어가 방금 먹었던 양보다 많.. 2016. 10. 25.